“내 피를 다 마셔요/ 내 살을 다 먹어요/ 그럼 나는 껍데기만 남겠죠/ 손톱으로 눌러 터뜨린/ 이처럼/ 당신한테 라면 그래도 좋을 것 같을 건/ 왜일까?” 사랑/양애경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온 몸을 송두리째 다 먹혀도 좋다고 한다. 아무리 강렬하게 표현하여도 모자라는, 인간의 영원한 화두, 사랑 그 실체는 무엇일까?
사랑이란? ‘이유 없이 주는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믿음이다. 그리움이다. 설렘이다. 등등’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 어떤 가치보다 앞선다. 사랑에는 목적도 없으며 오직 그 완성을 지향할 뿐이다. 사랑이란 남과 여가 완전한 하나가 되기 위한 심신의 투쟁 과정이다. 사랑에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육체적 사랑인 에로스적 사랑, 좋아하는 마음만의 아카페적 사랑, 우애와 정신적 사랑인 필리아적 사랑이 있다.
작품 속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러브스토리,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은 안타까운 이별이 있어 영원한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랑을 위하여 왕위마저도 버렸던 영국의 에드워드 8세, 윈저공과 이혼녀 심프슨 부인의 ‘세기의 사랑’마저도 후회와 더불어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하였다고 전해진다.
사랑의 완성을 위하여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얻어진 결혼, 결혼이란? 연애의 무덤, 무조건 참는 것, 또 참는 것,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 것, 결혼은 구속 등 어느 때부터인지 아름다운 말들이 사라진다. 서로 증오하며, 이혼하는 사람들 역시 한때는 치열하게 사랑하였던 사람들이다. 결혼 후 경제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사랑이 식는다고 하지만, 처음처럼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어려운 현실은 결코 장애가 되지 못한다.
신(神)이 인간에게 준, 가장 중요한 본능은 생존본능과 생식본능이다. 신은 강력한 식욕과 성욕을 주어, 멸망하지 않고 유전자를 영원히 보전(保全)하게 하였다. 신은 강한 성 욕구와 쾌락이라는 보너스까지 주어 사랑행위를 사주하였다. 신의 사주로 이성을 미친 듯이 찾기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랑을 완성시켜 유전자를 계승시키려 한다. 아름다운 사랑도, 목숨을 바치는 사랑도, 추악한 사랑도, 세상의 모든 사랑노름에는 유전자 계승이 목적인, 신의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은 또한 사랑이 영원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미 유전자 계승을 끝낸 사랑이 식지 않는다면, 유전자를 더 이상 확산시키지 못한다. 남자에게는 끝없이 다른 여자를 찾아, 유전자 영토를 넓히라는 명령을 내렸다. 인간들은 질서유지를 위하여 일부일처제를 만들었지만 남자들은 끝없이 혼외정사를 위하여 기웃거린다.
여자에게도 강(强)한 유전자를 가진, 강자의 씨를 받으려하는 본능을 주었다. 현대사회의 강자인 권력과 재력가에게는 항상 여성들이 따른다.
인간은 신이 준 본능에서 벗어나, 보다 이성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윤리와 도덕, 법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사회에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인간이 만든 도덕이나 법으로는 신이 명령한 본능을 뛰어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이 세상의 모든 사랑타령과 성(性)문제는 신(神)이 명령한 성본능 실현(實現)을 위한, 인간들의 꼭두각시 놀음이 곧 사랑의 실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