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 ‘수원 삼성블루윙즈’에 볼거리가 추가됐다. 지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북한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한 ‘인민 루니’ 정대세 선수가 입단해서다. 그는 단단한 체구에 파괴력 있는 돌파와 득점력으로 일본 J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그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대세는 지난 월드컵에서는 경기 직전 북한국가가 흘러나오자 뜨거운 눈물을 흘려 주목을 끌었다. 그 해 9월에는 미국거주 한국인 유학생들이 그의 눈물을 주제로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평화를 가장 잘 전하는 동영상”이라는 평가 속에 미국의 권위 있는 인터넷 잡지 ‘와이어드’가 주최한 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정대세라는 이름에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이라는 3개국의 흔적이 혼재돼 있다. 늘 웃는 정겨운 얼굴이어서 그늘이 없어 보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외국인이라는 차별을 이겨내야 했다. 또 남한국적이었음에도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면서 겪은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대세는 그런 혼돈을 뚫고 월드컵에 출전한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어릴 적 꿈을 실현했다. 어린 시절부터 장래 꿈을 쓰라면 ‘조선 축구국가대표’라고 적었다는 정대세다.
정대세는 이례적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2중 국적’ 보유를 허용 받았다. 따라서 국가대항전인 A매치에서는 북한 국가대표팀으로 뛰고,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한국 선수로 뛰는 ‘남북한인(南北韓人)’이 됐다.
현재 남북관계는 최악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지금은 초읽기에 들어간 북한의 핵실험이 걸림돌이다. 돌발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뿌연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를 풀 묘안이 없어 보인다.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인 중국카드도 먹히지 않는 형편이어서 더욱 답답하다.
이럴 때 엉뚱하게 정대세가 탈출구로 다가선다. 과거 냉전을 종식시킨 미국과 중국의 외교수립 역시 탁구(핑퐁)로 시작되지 않았던가. 인종과 이념, 국경이 없는 경기장에서 온 몸을 불사르는 정대세를 통해 평화를 향한 새로운 희망을 발견케 될지도 모른다.
스포츠로 하나 되는 평화로운 세상을 갈망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