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은 차관 예우를 받지만, 영향력은 장관 이상이다. 13만 명을 헤아리는 대한민국 경찰의 총수로서 공권력을 대변하기에 그렇다.
무엇보다 전국을 거미줄 같은 촘촘한 조직으로 장악하는데다 피라미드 같은 체계에 따라 일선정보를 독식하는 부러운 자리다. 고래부터 정보를 관리하는 자가 권력자였음을 미루어 경찰청장이 ‘대한민국 5대 권력’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정보에 더해 일선 치안권까지 행사하니 경찰청장은 최고 권력자의 신임이 우선된다. 그래서인지 1991년 경찰청 개청 이래 17명의 청장 가운데 11명이 영남출신이다. 경기도출신은 단 한 명도 없으며, 서울 또한 한 명에 불과해 인구비례로 볼 때 기형적이다. 하지만 영남권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따른 권력지형을 이해하면 수긍이 간다.
경찰총수는 건국 이후 경무부장, 내무부 치안국장, 내무부 치안본부장을 거쳐 위상과 경찰독립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청장’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특이한 것은 경찰 요직을 독과점하고 있는 경찰대 출신이 아직 ‘대권’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찰대 1기로 수석입학과 수석졸업, 거듭된 최초 승진의 주인공인 윤관옥 전 경기경찰청장은 경찰복을 벗고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엘리트코스를 밟던 이강덕 전 서울경찰청장은 승진은 했지만 해양경찰청장으로 말을 갈아탔다. 경찰대 출신들이 “검찰에 대항할 만한 능력을 키웠다”는 자부심을 나타내지만 “경찰대 출신이 아니면 경찰로서 출세 못한다”는 한숨소리가 숨어있기도 하다.
현 김기용 경찰청장은 검정고시-방송통신대-행정고시를 거쳐 경정으로 특채된 입지전적 인물로 유명하다.
여기서 역대 경찰청장의 흔적을 보면 뒤끝이 찜찜하다. 김기용 청장의 선임자였던 조현오 전 청장이 20일 법정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다. 앞서 강희락 전 청장도 건설브로커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소위 ‘함바 비리사건’으로 복역 중이어서 경찰총수 스타일이 영 말이 아니다.
최기문 전 청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보복폭행사건’과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택순 전 청장도 뇌물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경찰청장을 통해 관리되지 않는 권력의 추락을 보게 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