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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평화의 도구

문화 가 - 00224<일간> 2002년 6월 15일 창간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평화(平和)’는 잊힌 단어로 알았다. 세상은 혼탁하고, 불의가 호령하며, 약육강식의 단말마가 무성하다. 평화는 외칠수록 멀어져 갔다.

그런데 지난주, 아득했던 평화가 눈앞에 나타났다. 낮은 곳에서 불려나온 새로운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평화를 이야기하자 화석화된 단어가 생명을 얻었다. 266대를 이어져 온 교황 가운데 ‘프란치스코’를 자칭한 사례는 처음이다.

알려진 대로 ‘프란치스코’는 평화와 청빈의 수도자였다. 많은 재산을 가난한 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고, 평생 소외된 자들의 친구로 살았다. 심지어 당시 불치병으로 여겼던 한센씨병(나병) 환자와 동고동락하는 모범을 보였다.

새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곧바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올랐다”며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분이자 평화로운 분이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인(聖人)으로 추앙되는 프란치스코는 잘 알려진 ‘평화의 기도’를 남겼다. “나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사용해 주옵소서”로 시작하는 기도문은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이라고 간구한다. 무기와 돈이 아니라 평화와 용서가 절실한 세상이기에 더욱 가슴에 새겨진다.

세상은 어지럽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는 늘 인류를 시험한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행해지는 테러와 학살은 끊이지 않는다. 비만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지구 반대편에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상존한다. 패륜적 범죄는 인간의 악함을 노정한다. 그렇기에 인류에게 희망이 있을까 하는 회의는 가시지 않는다.

이러한 때에 ‘프란치스코 1세’의 출현은 종교를 넘어서 세상의 평화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연출된 교황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궤적이 ‘평화의 도구’였음을 보여주기에 더욱 그렇다. 그는 교황에 선출된 후 버스를 타고, 직접 호텔비를 계산하는 파격을 보였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1세는 추기경시절부터 버스를 애용했으며, 성매매 여성을 돕고 마약 중독자의 발을 씻어주었다.

낮은 곳에서 평화의 도구로 일생을 살아온 76세의 교황을 통해 평화라는 기적을 갈망케 된다.

다시, 평화를 이야기하자.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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