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채소는 1년생 식물에서 생산된 것으로, 여기에는 열매를 이용하는 고추, 토마토, 수박, 멜론, 참외, 호박 등과 같은 열매채소, 잎을 이용하는 배추, 상추 등의 잎채소 및 뿌리를 이용하는 무, 당근 등의 뿌리채소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다양한 채소가 1년 동안 생산되는 양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2011년 기준 8조5천억원으로 사과, 배 등 과수류의 3조6천억원과 장미, 국화 등 화훼류의 8천억원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이 1년에 평균적으로 먹는 채소의 양은 150kg 정도로 국제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양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채소에는 비타민, 섬유질, 무기질 등 건강에 유익한 물질들이 다량 함유돼 있다. 당근, 호박과 같은 녹황색 채소에는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카로틴(carotene, provitamin A)이 많이 들어 있으며, 딸기, 샐러리, 무 등에는 비타민C 함량이 풍부해 영양적으로도 만점이다. 또한 건전한 발육과 건강유지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칼슘, 인, 철분과 같은 무기질 역시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배추, 양배추 등에 많이 들어있는 섬유질은 장 활동을 촉진하며 소화를 도와주고, 쌈채소류는 독특한 향과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식욕을 촉진하기도 한다. 박과채소인 여주의 경우에는 체내 혈당조절 효과가 있는 카란틴(charantin) 성분이 들어 있으며, 시금치에는 철분이 많아 어린이나 임산부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영양적으로 좋은 채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있어서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초봄의 갑작스러운 저온이나 여름철의 집중호우, 가뭄, 폭염, 태풍 등이 큰 제한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상 현상이 발생하면 고추, 무, 배추 등 주로 노지에서 생산되는 작물은 생육이 부진하고 병과 해충의 발생이 많아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안정적인 생산량 확보가 어렵다.
최근 사례를 보면 2009년 지속적인 강우로 인해 김장용 배추의 정식 시기가 늦어짐으로써 생육이 부진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수확량 감소로 이어져 배추 가격이 전년대비 354%까지 폭등했다. 2011년에는 여름철 여러 차례의 집중호우로 고추에 역병과 탄저병 등의 병해 발생이 심각해 고추 생산량이 20% 이상 크게 감소함으로써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기상변화 양상에 비춰볼 때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그에 따른 수확량 감소와 농산물 가격 상승은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께부터 시공이 간편하고 경제적이며 보온과 난방이 불필요한 간이시설인 비가림 시설을 이용한 재배법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주로 하절기 재배용으로 많이 사용되며 토마토, 참외, 멜론, 수박 등 여름철 과채류의 연중 안정생산에 이용되고 있다.
이 비가림 재배는 강우, 이상저온 등으로 인한 기상재해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농작업이 시설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각종 병해의 적기방제가 가능해 병 피해를 대폭 절감시킬 수 있다.
또한 비가림과 관수에 의해 토양의 양분과 수분을 적극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생리장해를 경감시키고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과채류의 여름철 비가림 재배 시 병 발생이 노지재배보다 억제되고 수량은 57~64%, 수확량은 23% 정도 증가된 것으로 보고되어 우리나라 비가림 재배는 점차 그 면적이 증가하고 있으며 재배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노지채소 작물, 특히 국내 소비량이 많은 고추, 무, 배추 등의 안정 생산을 위해서는 이상기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가림 재배기술 확립 및 보급이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상기상에 의한 노지 채소류의 피해 최소화 기술 개발과 함께 정부 차원의 비가림 시설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