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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소한 혼인식, 가진 이들이 앞장서길

봄철이 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혼인식을 알리는 청첩장과 핸드폰 문자, 메일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천지의 모든 기운이 상승하는 봄날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마땅히 가서 축하해주어야 할 하객들은 부담이 크다. 청첩장이 봄철과 가을철에 한꺼번에 몰리는 데다, 혼인식 자체도 점차 호화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국수나 갈비탕 정도를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젠 최소 뷔페가 대세가 됐다. 뷔페 가격은 보통 3만원에서 4만원 사이인데 이건 약과다. 서울의 유명 호텔서 하는 경우는 1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러니 축의금 봉투에 5만원이나 10만원을 차마 넣을 수 없게 됐다.

원래 우리의 혼인잔치는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형편껏 음식을 내놓았다. 그래도 흉보는 사람이 없었다. 잔치 부조도 형편 따라 계란 한 꾸러미, 국수 한 관, 닭 한 마리 정도면 됐다. 아주 가까운 이웃은 돼지를 내놔 잔치판을 풍성하게 했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함께 가정의례는 호화와 사치를 점차 더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계층 간의 위화감이 조장됐으며 일부 서민이 부자들을 따라하다가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타격을 입는 일도 종종 있었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1973년에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과 ‘가정의례준칙’ 등을 제정, 공포했을까.

이 가정의례준칙은 전통적 의례절차를 간소화하고 물질적인 호화, 사치를 금하고 있다. 이후 1999년 8월 31일 대통령령 제16544호로 건전가정의례준칙이 제정됐다. 내용은 이전의 가정의례준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낭비를 억제하고 건전사회기풍을 진작한다는 목적이지만 혼례의 호화, 사치풍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자식의 혼례를 앞둔 부모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여섯 배가 넘는 혼인 비용이 든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신혼부부 한 쌍의 결혼비용은 평균 2억808만원으로 미국의 약 6.7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잘못돼도 대단히 잘못된 나라다.

그래도 일부에서 ‘착한 혼인식’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광양제철소장이 최근 장남 결혼식을 포스코에서 남몰래 치렀다고 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김문수 경기지사도 얼마 전 자녀 혼인식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비공개로 치렀다는 보도가 나온바 있다. 가진 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한다. 그리고 국가가 강제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검소한 혼례를 정착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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