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수원시 시장통인 지동교 위에서는 지동 상인회가 마련한 어린이 보부상체험과 장금이 체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7일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불고 기온이 차가운데도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팔달문 인근 전통시장을 찾았고 체험 행사장도 둘러봤다. 최근 수원화성과 수원 팔달문 지역 시장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전통시장이 사양길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참으로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 효과가 반짝 현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날 체험장에서 만난 지동 상인회장 최극렬 씨의 말이다. 그런데 한껏 고무된 그의 표정에서는 걱정도 엿보였다. 수원역에 들어서는 롯데백화점 때문이다. 모처럼 시장에 훈풍이 도는데 이 매머드급 백화점이 들어서면 지역상권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업체가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만들어내며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치 못했다. 최 회장의 고민은 본보 8일 23면 ‘상생법·유통법 강화를… 목청 높인다’ 제하의 기사와 같다. 상인들은 중소상인과 상생할 수 있는 법의 강화를 요구한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는 롯데슈퍼 135개소, 이마트 에브리데이 75개소가 성업 중이다. 그 가운데 올해 생긴 업소는 롯데슈퍼가 12개소,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10개소에 달한다. 이 두 대형마트업체는 기업형슈퍼마켓뿐만 아니라 일반 슈퍼마켓에 물품을 공급하는 형태의 ‘상품공급점’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품공급점은 각 지자체들이 개인사업장으로 보고 기업형슈퍼마켓과 별도로 구분해,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는 데 있다. 이처럼 대형마트업체의 영업 확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시장 상인들이나 동네 골목 소상인들은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참 해도 너무한다. 옛말에 ‘광에서 인심난다’고 원래 많이 가진 사람들이 못사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법이다. ‘아무나 열어서 쌀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의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써 있는 전남 구례 운조루의 뒤주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가진 사람들은 못 가진 사람의 쌀 한줌마저 빼앗아가려는 못난 작태를 보인다. 대형마트업체의 영업 확장을 막고 지역상권을 보호하는 방법은 국회에서 관련법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토록 상생을 애원했지만 대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