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요양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입주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요양원과 계약을 한 아파트 건설사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한편 수원시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입주자들이 요양원 리모델링 공사 현장을 항의 방문해 공사 중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15일엔 수원시청에까지 찾아가 현수막을 내걸고 입주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만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주상복합아파트에 기피시설인 요양원 입점이 말이 되느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주민들은 전문시설인 요양원을 기피시설, 즉 혐오시설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혐오시설이란 해당지역 주민들의 삶에 지장과 고통을 주거나, 주변 지역의 쾌적성이 훼손됨으로써 집값이나 땅값이 내려가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시설이다.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핵발전소, 유류나 가스저장소, 화장장, 장례식장이나 납골시설 등을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친다. 따라서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이런 시설들이 들어서기 전후에는 주민들과 사업 시행자 간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게 마련이다.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은 기피시설인 요양원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문제의 주상복합아파트는 76세대로 구성돼 지하 1~2층 판매시설, 지상 1~5층까지는 업무시설, 6층부터 18층까지 주거시설로 25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건물 5층(1천여㎡)에 47인 수용 규모의 요양원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이다. 더구나 아파트 건설사 측은 요양원 입주 관련 주민공청회 이전 이미 5층에 대한 매매계약을 끝냈다는 사실이 추후에 밝혀져 주민들의 분노를 가중시켰다. 아파트건설사는 지난 3월 초 요양원과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요양원은 용도 변경 후 지난 10일 수원시의 허가를 받아 이달 말 입점 예정이라는 것이다.
입주주민들은 공동의 이익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면서 요양원 입점을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소유권은 이미 이전된 상태로, 이달 말까지 요양원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집값하락 우려에 동감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생각이 든다. 우리사회는 핵가족화가 정착되고 있는데다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생계 때문에 부부가 모두 생활전선에 나서 노인을 잘 모실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 내 집 가까운 곳의 요양원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늙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요양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