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시도는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마다 타고난 건강상태는 다를 수 있으나,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인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현대 국가의 중대한 역할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 다수 국가들과 같이 국가의 실질적 능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국가들도 있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은 국민의 의료보장을 국가의 중요한 책임으로 보고, 공공의료보장체계를 통해 기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 중 공공 의료보장체계가 미흡한 대표적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의 후진적 의료 현실은 2008년 마이클 무어가 만든 ‘식코’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2011년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의학의 송윤희 감독이 만든 한국판 ‘식코’ 영화 ‘하얀 정글’이 만들어져, 무늬만 비영리인 초대형 병원 중심의 시장주의적 의료현실의 부조리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1988년 의료보험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우리나라는 상당한 수준의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수의 국민들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확대, 중증질환 의료비 지원 등 건강보험제도의 개선과제도 적지 않지만, 보다 우려되는 지점은 영리 중심의 민간 의료기관에 비해 너무나 미약한 공공의료체계로 인해 사회적 약자들의 의료보장 수준이 낮은 점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근접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국민들의 기본적 건강권을 보장하기에 미흡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문제는 경남 행정당국의 저열한 인식수준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라 할 것이다.
진주의료원은 요양병동 운영, 신종플루 대책, 보호자 없는 병동, 호스피스 운영, 장애인 치과와 산부인과 운영, 의료급여환자 진료, 독거노인 무료진료 등 지역의 사회적 약자들의 의료보장을 위해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03년의 역사와 325병상의 규모, 216명의 직원이 있는 진주의료원을 폐업 결정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의 공청회를 통한 논의도 없었고 환자이전 대책, 고용승계 대책, 폐쇄 후 건물 활용 대책도 없는 등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급기야 국회의원이 1주일간 단식농성을 통해 진주의료원의 적자나 노조문제는 폐업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진주의료원 폐업결정 철회와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진주의료원 처리와는 달리 공공병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경기도 지사와 경남도 지사 간에 공공의료체계 지원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아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서울시는 정부지원 도시보건지소와는 별도로 서울형 보건지소의 추가 건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일부 보건지소 운영에 의료생협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어서 경남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지역의 이슈가 아니라 공공보건의료체계를 둘러싸고 중요한 정책의제가 되었다.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경남의 이번 결정은 지방정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한다. 지역민들의 기본적인 생존과 직결된 건강권을 보장할 수 없는, 아니 보장하기를 포기하는 정부라면 왜 우리가 세금을 내면서 지방정부를 운영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대해서 다수 국민들이 반대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관련시민단체는 물론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보건복지부 역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 노력과는 반대로 경남도의회는 동료 의원 폭력을 동반한 폐업처리 안건을 강행처리하여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적 이슈가 된 진주의료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우선 필요하다. 동시에 다시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할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