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식가로 불리는 브리야 사바랭은 200여년 전에 미식에 관한 저서를 펴내며 “인간은 미각이 만족되지 못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먹는다는 것은 우리를 있게 해주는 숭고한 행위이며 동시에 즐거운 일이 돼왔다.
최근 우리 식탁의 식생활 문화도 다양화, 고급화되고 있으며 웰빙 붐과 더불어 고급채소의 소비가 두드러지고 있다. 수많은 채소 중에 이름도 생소한 ‘아스파라거스’는 그리스·로마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서양의 고급채소로, 요즘은 어지간한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는 지중해지역이 원산지인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 서양의 육식요리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고급채소이다. 봄에 움이 트는 새순을 식용하는 아스파라거스는 지금이 제철이다.
태양의 왕 루이 14세는 궁궐 내에 아스파라거스 전용온실을 갖춰 공급 받았으며, 괴테는 연상의 여인과 사랑을 하면서 아스파라거스를 같이 먹기를 열망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스파라거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는 특징 때문이다. 우리에겐 콩나물 뿌리로 익숙한 아스파라긴산에는 콩나물 뿌리에 비해 10배 이상의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돼 있다. 아스파라긴산은 숙취해소·원기회복은 물론 콩팥의 기능을 돕고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하며 또한 아스파라거스에 함유된 비타민 P의 일종인 루틴성분은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채소로 알려져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100년 앞선 1806년 북해도에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 전국적으로 딸기 재배면적보다 많은 6천500ha 정도가 재배되고 있으며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매년 수입으로 충당하는 중요한 수입채소가 돼버렸다. 우리나라에는 1966년부터 시험재배(원예시험장, 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전신)가 이뤄져 1968년에는 그 면적이 700ha에 이르렀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 당시의 낮은 생활수준에 비해 고급채소인 아스파라거스는 소비가 이뤄질 리 없었다. 이후 아스파라거스 재배면적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스파라거스는 소득수준이 1만 달러 이상 돼야 소비되는 고급채소이기 때문이다.
1988년 올림픽이 개최된 이후 서양음식이 서서히 보급되면서 최근에는 건강·기능성 붐과 함께 고급채소인 아스파라거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재배면적은 70ha 정도이며, 수입량은 2001년 124t에서 2011년에는 240t 정도로 갑절 이상 증가했다. 2009년에는 10t 정도가 이웃 일본으로 수출된 바 있어 앞으로는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작목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
아스파라거스는 다년생 작물로 한 번 심게 되면 10년 이상 장기간 수확이 가능해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 및 관리노력이 비교적 적게 드는 작물이다. 그러나 정식 후 육묘기간이 길고 첫 수확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등 초기 자본회전이 느린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재배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해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는 난지권 적응기술을 개발해 육묘기간은 물론 수확시기를 단축함으로써 정식 후 1년째부터 첫 수확이 가능해졌다. 또한 터널피복에 의한 2∼3월 조기수확, 12월 단경기 생산 기술, 봄~가을 수확의 장기수확기술 등을 개발해 우리나라에서도 1년 내내 아스파라거스를 생산할 수 있는 안정생산 기술체계를 확립해가고 있다.
앞으로 국내 아스파라거스 산업은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작목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 페루는 열악한 사막의 불모지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 제1의 아스파라거스 수출 국가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의 고랭지, 중산간지, 난지권인 제주 등지의 기후여건을 잘 활용한다면 주년생산은 물론 고품질의 아스파라거스 생산이 가능하다. 여기에 단지화, 규모화와 더불어 블루오션을 창출하고자 하는 재배 농업인들의 공통된 마인드가 가미된다면 어떤 작목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능성이 뛰어난 아스파라거스는 앞으로 국민 건강채소로서도 한 몫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식의동원(食醫同源)이라는 말처럼 건강에 대한 색다른 고급 먹거리 채소의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