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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산지(山地) 개발

 

두터워지는 햇볕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들녘의 생명들이 나른한 봄잠에 취해있다. 엥…엥…엥에엥…. 날카로운 기계톱 소리가 전원(田園)의 평화를 깨뜨린다. 겨우내 푸르름을 뽐내던, 수십 년생 잣나무들이 잘려나가며 비명을 지른다.

택지 조성을 위하여 뒷산등성이를 사무라이 머리처럼 벗겨내고 있다. 이미, 산중턱에 주택단지가 개발되어 진입도로는 사다리처럼 서있고,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산이 망측하기까지 하다.

이번에는 가파른 팔부능선까지 올라가고 있다. 아무래도 뒷산이 남아나지를 못할 것 같다.

강원도와 접경하는 수도권인 이곳은 산수(山水)가 수려하기로 이름이 높다. 북한강이 가까이 흐르는, 물 보호지역으로 공장도 축사(畜舍)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생업(生業)을 끝낸 내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마을은 논밭에도 집을 지을 수 있어, 구태여 산을 망가뜨리며 택지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물론, 펜션이나 전원주택 등은 평지보다는 숲이나 물 가까이가 좋다. 그렇다 해도, 산자락쯤에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건축되어야 한다. 무리하게 가파른 산을 깎아, 자연을 훼손하는 택지개발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요즈음에는 세컨드하우스나 전원생활을 원하는 도시인들이 늘어나 자연풍광이 좋은 농촌의 산지(山地)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자체들은 산림(山林)이나 경사도, 해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분별없이 허가를 남발하여 산을 훼손시키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경치가 빼어난 산, 강, 호수, 계곡 근처에는 어김없이 콘도, 펜션, 전원주택들이 산을 깎아, 중턱까지 올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산지에는 수백 개의 골프장들이 인근 주민들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설되었다.

이름난 자연경승지 근처에도 예외 없이, 울창한 자연림이 베어지고 골프장이 된 곳이 많다.

아름다운 산을 파헤치며 환경오염도 아랑곳 않는 과다한 골프장 건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계획적인 도시건설로 미관과 낭만을 잃은 도시에 이어, 한적한 교외나 농촌까지 무분별한 산지개발로 국토(國土)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70% 이상이 산지이다. 농경시대에는 산이 많고 농지가 모자라 빈곤의 원인이 되었지만 산업화 이후에는 유휴농지도 많아졌다.

이제는 산과 물이 좋은, 수려한 자연이 오히려 경제적 가치를 더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 달라지는, 아기자기한 자연풍광을 가진 나라도 드물다. 국토란 결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만의 것은 아니다. 미래에 살아갈 우리 후손들, 자손만대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 누구도 국토를 파괴할 권리를 가지지 못하였다. 아름다운 국토를 잘 가꾸어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넘겨주어야 할 의무만 가졌을 뿐이다.

▲월간 ‘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가평지부장 역임 ▲저서: 수필집 ‘남쪽포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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