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손주 돌보미 사업 논란이 경기도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손주 돌보미 사업이란 여가부가 지난달 설익은 상태에서 제기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본디 취지가 좋은 만큼 정책을 잘 다듬어서 내년에 전면 시행하겠다는 게 여가부의 방침이라 한다. 윤은숙 도의원(성남)은 이처럼 어차피 내년에 시행할 거라면 미리 도 보육조례를 손봐 시행에 들어가자며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명이상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보육비용을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당장 필요한 다른 보육예산도 모자라 쩔쩔 매는 판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손주 돌보미 사업의 의도는 사실 나무랄 데가 없다. 우선 보육기관 수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어린이를 조부모가 돌보는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데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손주 돌보미 제도는 육아 과정에서 조부모들이 하는 중요한 역할을 새삼 일깨우고, 실버 세대가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가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와 외할머니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여가부가 서초구를 벤치마킹한 이유도 잘만 활용하면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망만 안겨줄 게 뻔하다. 경기도는 “올해 필요한 보육예산 1천400억원을 본예산에 편성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고 밝혔다. 더구나 정부가 0~5세 어린 이에게 보육·양육수당 지원을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도 예산만 1천6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 사업에 들어갈 돈도 부족한데, 새로운 제도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항변이다. 특히 여가부의 안은 국가사업인데다 재원 문제 등으로 실시 가능성이 미지수인 판에 경기도가 앞장설 것까진 없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다.
경기도의 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실제로 꼼꼼히 따져볼 문제다. 정부든 자치단체든 복지 관련 예산은 일단 엄살부터 부리고 보는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필요한 복지 확충이라면 여건 핑계 댈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손주 돌보미 사업이 이 시점에서 절실한 복지 대책인지 아닌지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찌감치 손주 돌보미 사업을 화두로 제시한 건 적절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예산타령’을 입막음할 정도로 재정 여건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제기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나가기 위해서도 철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