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빅맥(Big Mac)의 가격을 이용한 ‘빅맥지수’가 경제지표로 개발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아름다운 광택으로 인류의 사랑을 받은 금(金)이 세계 어디서나 환영받았기에 화폐의 기준이 됐음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정 제품을 거론해서 민망하지만 요즘에는 ‘신라면지수’, ‘라떼지수’, ‘코카콜라지수’ 등 세계적으로 보급된 음식료를 기준으로 경제를 쉽게 이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빅맥지수가 언급된 것은 1986년으로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해서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구촌 곳곳의 체인망을 통해 팔려나가는 빅맥이 크기, 재료, 품질 등의 표준화로 세계 어디를 가나 동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1967년에 태어난 빅맥은 높이 9cm, 직경 11cm에 달하는 대형 햄버거로, 한 끼 식사용이어서 경제지표로서의 의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환율이나 어려운 경제통계보다 누구나 체감할 경제지표라는 특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빅맥 한 개의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각국의 물가를 측정하고, 빅맥 한 개를 구입하는 데 투여되는 노동시간을 분석해 구매력을 평가하는 식이다.
최근 빅맥지수로 본 한국과 일본의 물가가 역전됐다. 아베 일본총리의 취임 이후 무차별적 양적완화, 즉 돈을 뿌려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3월 31일 기준 빅맥지수는 일본이 3.51 달러로 미국의 4.37 달러에 비해 한참이나 낮았다.
1시간 동안 일을 해서 살 수 있는 빅맥은 우리나라의 경우 1.3개에 불과했다. 반면 호주에서는 1시간 일을 하면 3.5개의 빅맥 구입이 가능했으며, 일본은 2.5개, 노르웨이는 3개로 조사됐다. 이는 모두 각국의 최저시급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빅맥 구매력을 통해서도 우리나라의 최저시급이 열악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세계 10대 무역대국이라는 우리나라의 빅맥지수는 비교국가 44개국 중 23위로 중위권에 그쳤다. 빅맥지수가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가 하면, 최저임금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운다.
하여튼 햄버거가 아닌 건강식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새 정부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