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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오월잡설(五月雜說)

오월이다. 아름다움의 절정, 계절의 절창(絶唱) 사이를 관통하고 있다.

오월의 시인, 김영랑은 자신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을, 오월을 이렇게 읊조린다.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

영랑은 유난히 모란을 좋아했다. 자신의 집 마당에 손수 모란 300여 그루를 심었다니 말 다했다. 모란이 피면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 모란 향에 취해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영랑에게 모란은 오월의 다른 이름이다.

오월은 또 라일락 꽃잎이다.

흔히 첫사랑과 등치(等値)되는 라일락 꽃잎의 쓴 맛은 영랑의 모란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오월이다. 혀끝을 아리며 인생의 쓴 맛을 직접 지도하시니, 어쩌면 10대 시절 처음 만난 ‘우리들의 스승’인지도 모르겠다. 하여, 뜨거운 심장에 불을 지르고 떠난 첫사랑 하나쯤, 누구나 라일락 꽃잎과 함께 가슴 깊이 간직하는지도 모르겠다.

슬픈 오월 이야기 하나.

‘오월 광주’의 추억을 그린 노래다.

“새벽 이슬 내리는 어둠 속 슬픔에 그 여름 언덕을 넘어 갈 때/아름다운 소녀가 울분과 비탄에 남몰래 우는 걸 보았다네/난 그 소녀 가까이 다가가 왜 이리 슬프게 우는지 물었다네/그 소녀는 눈물을 감추며 말했네 사랑했던 부모 형제들/구둣발에 밟히고 대검에 쓰러져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갔고/찬란했던 오월에 하늘을 보면서 새 날의 아침을 기다렸네.” 김제섭 사(詞) ‘오월 이야기’ 전문)

그래, 추억이 모두 아름답기만 하다면 삶이 이처럼 팍팍하지만은 않겠다. 특히 우리네 오월은 슬픔 많은 날들로 가득하니, 오월의 추억은 때론 마시멜로였다가 독배(毒盃)이기도 한 야누스다.

오월의 첫 시작인 오늘, 노동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첫 국무회의에서 ‘근로자의 날’ 대신 ‘노동절’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절을 노동절답게 만드는 일, 오월의 화두다.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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