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메이데이를 앞두고 의미 있는 기사가 신문의 주요 지면을 차지했다. ‘경기도 노·사·민·정 대타협 선언’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윤화섭 경기도의회의장, 허원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의장, 조용이 경기경영자협회장, 김제락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 백남호 경기도 상공회의소연합회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각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함께 협력하자는 내용의 노·사·민·정 대타협 선언으로, 선언적 의미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임금격차 완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 노사가 약속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3월 초 3년7개월 만에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들이 쌍용차 작업복을 다시 입었다. 무급휴직자 등 489명이 복직한 것이다. 공장에 복귀한 쌍용차 노동자는 무급휴직자 454명과 징계해고 승소자 12명, 징계정직자 23명 등 모두 489명인데, 지난 1월 10일 쌍용차가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키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쌍용차가 경영상 이유를 내세워 총인원의 36%인 2천646명의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서자 77일 간의 옥쇄 파업으로 맞서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처음 복직한 것이다.
하지만 파업 77일 간의 대치가 낳은 노-노 간의 상처, 노사의 임금소송, 수백억대의 가압류, 해고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부당해고와 국정조사를 외치며 공장 정문 앞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160일 이상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가 있다.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과 비정규직 대표 복기성씨가 농성 중이고, 함께 농성 참여했던 문기주씨는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한 달 전쯤 내려와서 병원 치료 중에 있다.
문기주씨는 아내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53세 가장이다. 어깨 인대 파열로 팔을 쓰지 못하는 상태이고 치과 진료를 받는 도중 농성을 시작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4개월 이상을 버티다 결국 내려오게 되었다. 한상균씨는 아내와 대학생 딸, 고등학생 아들을 둔 52세 가장으로서, 현재는 아내가 공공근로를 하며 근근이 살고 있지만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가 큰 걱정거리라고 한다. 한상균씨 본인도 수면장애가 심하고 발에 동상이 걸려서 아주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복기성씨는 아내와 8살 딸과 5살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허리디스크 증세로 허리통증과 신경뿌리염이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자녀 둘 다 발달장애 판정을 받아서 언어 장애 치료 중에 있고 아이들 치료 때문에 아내도 직장 생활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15만 4천V가 흐르는 고압 송전탑 위에서 지난 겨울 매서웠던 추위를 지내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만개하여 떨어지고 배꽃 물결이 출렁거리며 봄비에 씻기어 꽃비를 뿌리며 산화되고 푸르름으로 채워지는 5월에도 함께 살자고 외치고 있다. 출퇴근길 공장 동료들의 손짓과 눈인사만으로 외부와 소통하면서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무급휴직자들이 복직되기까지 2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쌍용차 문제는 철탑노동자를 포함한 해고노동자 문제가 해결되어야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가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대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노크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대답은, 자회사의 문제는 회사 내에서 해결하겠으니 상관하지 말라는 답변뿐이다. 철탑농성노동자들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회사 측에선 그들을 유령 취급한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철탑에 올라가서 설득하고 내려오기를 종용했지만 회사 측에서 대화의 창구를 만들어 주지 않은 한 절대 내려 올 수 없다는 입장이다.
5월 1일 메이데이를 의식한 것인지 국민행복 일자리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경기도 노·사·민·정 대타협 선언이 이루어졌다. 4월 마지막 날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송전탑 결의대회가 ‘저 꽃이 지기 전에’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붉은 노을과 쌍용차 공장의 굴뚝을 바라보며 공장 주변의 배꽃이 만개한 지금 철탑 농성 164일째를 맞이하는 노동자의 외침은 ‘웃으면서 함께 살자’는 것이다. 5월에는 쌍용차 철탑의 노동자! 이제 땅으로 내려와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경기도 노·사·민·정 대타협 선언이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