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가 쌍용자동차 농성장에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보냈다고 엊그제 밝혔다. 오는 15일까지 평택공장 정문 맞은편과 송전탑 아래 천막을 치워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평택역 주변 천막농성장을 22일까지 철거하라는 계고장도 이미 발송한 상태라고 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평택시의 처사가 매우 못마땅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업무인 것도 사실이다. 어느 지자체든 도로와 시유지를 장기간 불법 점거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 시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평택시로서는 지역여론이 농성자들에게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의 입장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정부나 공권력의 하수인으로 몰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초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철거한 서울시 중구청도 관할 지자체로서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민사회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문화재청의 하수인 노릇을 한 정황이 드러나 곤혹을 치렀다. 정부와 정치권이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노동 사안에 본의 아니게 말려들어 악역을 맡아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철탑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노동현안에 대해 지자체는 해결권한도 없거니와 발언권조차 미약하다.
하지만 쌍용차 문제는 엄연히 평택시의 가장 중차대한 현안이다. 도로와 시유지 불법 점거를 끝내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사람 목숨이 걸린 사안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목숨을 끊은 사람이 24명이다. 고압선이 흐르는 철탑 위에는 현재 2명이 남아 있다. 지난달에 한 명이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느껴 내려왔다. 철탑 농성은 오늘로 165일째다. 농성장이나 철거한다고 문제가 사라질리 만무하다. 이들의 외침에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해서 지자체마저 그래서는 안 된다. 국정조사가 무산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포즈를 잠시 취했던 정치권이 다시 얼굴을 돌렸다고 평택시마저 모른 체 할 일이 아니다.
평택시는 지난해에도 4차례 계고장을 발부했지만 집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계고장을 보냈으리라 믿는다. 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노력을 계속해 주기 바란다. 내일은 현대차 철탑농성도 200일을 맞는다.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정면으로 나서야 한다. 농성 노동자들을 유령 취급할수록 대응은 더 극단화되고 문제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분명하다. 비겁하게 지자체나 닦달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