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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그레이트 스콧(Great Scott)

요즘 거리마다 선거전을 방불케 하는 정당별 현수막이 난무하고 있다. 보는 이들도 짜증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수막에 게재된 법안내용이야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서로 자신들이 주도해 통과시킨 법을 마치 올림픽에서 상위 입상이나 한 것처럼 자화자찬 일색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 민주당이 해냈습니다.’ ‘돈이 도는 경제민주화 새누리당이 해냈습니다.’ 도로 어디든 목 좋은 곳이면 으레 이 같은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것도 나란히 걸어놓고 자랑을 경쟁하듯 하고 있다. 서로가 경제민주화는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법이라는, 마치 음식점들이 ‘진짜원조’ 경쟁이라도 하듯 유치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보는 시민들은 보행과 운전 시야만 가릴 뿐이라며 오히려 폄하하기 일쑤다. 그리고 “아니! 이런 경우가 있나. 뒷북 쳐놓고 생색내는 것도 가지가지”라며 시큰둥하다.

“아니! 이런”을 영어로 표현할 때 그레이트 스콧(Great Scott)이라는 관용구를 쓴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전 휘그당(Whig)이 있었다. 1852년 이 당에서는 멕시코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윈필드 스콧(Winfield Scott)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선거전에 나섰다.

당시 그는 미국 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전쟁 영웅이다. 그러나 선거 초반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유세 때마다 자신이 그 어떤 대통령 후보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떠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의 연설 대부분은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지, 얼마나 뛰어난 지략과 지도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내용들뿐이었다. 특히 자신의 업적에 관해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상대후보들은 자화자찬만 하는 그를 두고 그레이트 스콧(Great Scott)이라고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대중들 사이에서도 그의 영웅적 이미지는 퇴색해 버렸고, 결국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레이트 스콧은 “아니! 이런”을 비롯 “맙소사” “세상에”라는 표현을 쓸 데 사용된다고 한다. 자화자찬을 했다가 이름만 영원히 남긴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야의 자화자찬 현수막을 보며 두 정당은 앞으로 어떤 멋진(?) 관용구를 남길지 상상해 보면 논리의 비약일까.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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