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는 동정과 시혜의 일회성 행사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이 장애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진정으로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통합된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
전국 곳곳에서 장애인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고 부르짖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경기도나 인천시 등 대부분 저상버스 도입 및 장애인 콜택시 법정대수 도입 등 이동권 보장과 주거권, 활동보조 서비스 등 기본권과 관련한 것들이다. 이들의 외침 대상은 당연히 이 사회 전체지만 전반적인 정책을 이행하는 광역이나 기초자치단체로 향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 자치단체가 이런 저런 이유로 약속 이행을 미루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조차 장애인 관련 정책 공약(公約)을 공약(空約)화 하고 있어 장애인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
1년 전쯤 인천시 계양구 소재 한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명심원이란 데서 장애어린이와 여성 등 거주인들을 수년간 폭행하는 등 이른바 인천판 도가니 사건이 공개돼 공분을 산 바 있다. 생활재활교사라는 이들이 거주인들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폭행과 학대 행위를 했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시설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인천시와 연수구에는 시설장 교체 등 행정조치를 권고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의 법인은 이미지 실추와 직원들 간 갈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며 시설을 자진 폐쇄하기로 해 장애인단체들은 다분히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반발하고, 인천시와 연수구에는 시설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방안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천시는 최근 명심원과 같은 법인 소속의 장애 영·유아시설 원장에게 인천시장상을 수여해 반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 지표를 보면 경제규모 대비 가히 부끄러운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예산 중 장애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4.0%로 되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조6천억원가량 된다.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전국 광역지자체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총예산 대비 장애인 예산 비율이 평균 1.38%에 그치고 있다.
‘장애인 중 70% 이상이 실업에 허덕이고,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아 매일 외출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40%에 이르며, 50% 이상의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현주소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국가브랜드 순위 13위, 해외 원조규모 세계 16위의 위상과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다.
그런데 정부는 복지를 확대한다면서 행정편의적 제도로 장애인들을 되레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부양의무제와 장애인등급제가 대표적으로, 장애인단체들의 폐지요구가 들끓고 있다.
부양의무제는 가족 중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을 경우 수급이 줄거나 끊기는 것으로, 장애인의 가난을 연장시키는 꼴이다. 장애인등급제는 수년간 논란이 돼 왔지만 장애인의 주거상태 등 사회적 기준은 배제하고 의학적 기준만으로 장애 등급을 판정한다는 측면에서 폐지돼야 마땅하다.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요지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 전반에는 이에 반하는 장애인 차별이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타인과 특정한 부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되고 무조건 타인에게 보호받아야 살 수 있다는 고정관념으로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있다. 휠체어의 출입문은 여전히 높고 좁다.
표준적 저상버스 도입에서부터 장애인에게 균등한 기회와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평생교육의 권리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복지, 진심어린 사회적 관심이 선행돼야 한다.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해 제2, 제3의 도가니 사건이 지금 현재도 어디선가 발생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숨긴 채 장애인 복지를 외치고 포장한들 금의야행(錦衣夜行)이다. 장애인이 행복한 진정한 선진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