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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국가 사회적 문제 가정폭력 해법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

정치학박사
▲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 정치학박사

 

코프만(Kaufman)과 지글러(Zigler)는 생태론적 모델을 적용하여 크게 사회적, 가족적, 개인적 수준으로 구분하여 지적하고 있다. 아이를 하나의 소유물로 간주하거나 경제적 침체, 편모나 편부의 미흡한 역할, 실업과 사회적 자원의 부족을 들 수 있다. 가정폭력 행위자는 아동기의 학대 경험, 낮은 자존감, 낮은 지능, 아동기의 친구관계 미숙, 대인관계 등을 포함하는 개인적인 요인, 중간수준인 결혼불화, 아동의 성적이나 행동문제, 아이 양육에 따른 스트레스 등의 요인도 있다.

가족 구성원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지고, 가정은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나 생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은 “가정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즉, 부모, 배우자, 자식, 형제자매, 친척,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이다.

1994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살고 있던 베일리는 부인 쏘나를 폭행하고 차 트렁크에 넣은 채로 5일간 웨스트버지니아주와 켄터기주를 돌아다녀 부인에게 심각한 뇌손상을 입혀 식물인간이 되게 하였다. 이 사건에서 연방검사는 주 간의 가정폭력에 관한 각 정부가 가해자를 체포하는데 주력하는 특별서비스인 VAWA 규정에 의해 연방에서 최초의 결정으로 베일리를 아내를 학대하고 납치한 혐의로 전격 구속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가정폭력을 사회적인 문제로 다뤘다. 미네소타 주에서 1980년경부터 가정폭력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또한 가해자로 하여금 추가적인 학대행위를 억제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민사보호명령(Protection order)을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가해자를 감옥에 보내지 않고, 다만 거주지에서 내보내거나 폭력을 중단시키고 싶을 때 가장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일본은 신속한 범인검거를 위해 2009년부터 도입·운영 중인 ‘경찰정보통합 단말기’ 일부를 가정폭력 피해자 등에게 무상 대여하고 있다. 이 ‘PIT’에는 GPS(위성 위치확인시스템)가 내장되어 있어 소지자의 위치정보가 실시간 확인 가능하고, 긴급통화 버튼을 누르면 경찰의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기존의 가정폭력 피해자 신변안전 조치에 수일 이상 시간이 소요되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던 점을 개선하여 법원의 결정 없이도 현장 경찰관이 가해자 격리 등 신속히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 보호통지·명령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경찰은 가정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유형별 현장대응 요령교육, 매뉴얼 배부, 관련단체와 현장 경찰관 가정폭력 인식 개선교육 등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도움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았던 결혼 이주여성을 위해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긴급임시조치’ 신청절차 등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아울러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체포우선주의 도입검토와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의 재범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폭력, 부모의 자녀 폭력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애착을 방해하는 그동안의 가부장적·수직적 관계 구조에 사회적 에너지나 공권력이 투입되지 못해 폭력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하는 측면도 있지 않았나 싶다. 또한 가족이라는 정서로 인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에 ‘일상적’일, ‘남의 가정사’가 아닌 심각한 ‘폭력행위’로 여기는 사회·문화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박근혜 정부는 문화 융성을 통해 부강하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천명한바 있다. 사회가 불안하면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이제 가정폭력은 ‘집안 일’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문제가 됐다. 공권력이 가정폭력 현장에 투명하게 접근해야 해법도 명쾌해진다.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에 충실할 때 안전지대는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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