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논설실장
달리기를 하다 보면 소위 러닝 하이(Running High) 또는 러너즈 하이(Runner’s High)라는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달리기 애호가들, 특히 마라톤 마니아들이 맛보는 독특한 도취감을 말한다. 캘리포니아대 심리학자인 아놀드 J 멘델이 1979년 발표한 정신과학 논문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서 처음 소개됐다. 달리기를 시작하여 30분 정도가 지나면 상쾌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기분도 좋아져 어디까지라도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느낌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늘을 나는 느낌과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도취감 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이 기분으로 인해 사람들은 달리기에 중독되어 간다.
그러나 이 같은 느낌을 누구나가 언제나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피드경쟁을 할 때라든가, 심각한 고민을 안고 달릴 때에는 이러한 정신 상태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긴장을 풀고 비교적 여유 있는 페이스로 달릴 때 이 기분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자라면 꼭 한 번 맛보고 싶은 것이지만 묘하게도 잘 만나주질 않는다.
미국에서는 「우울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러닝이다」라는 것에 많은 의사들이 의견을 같이 한다. 러닝을 하면 체내에 스트레스 해소 등에 매우 도움이 되며, 뇌 속에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의 농도가 상승한다. 잘 알다시피 베타 엔도르핀은 운동을 하거나 기분 좋은 일을 하면 분비되는 것으로, 인체 각부 기관의 노화를 막고 암세포를 파괴시키는 물질이다. 때문에 달리기는 정신과 육체의 양면으로 매우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이밖에 달리기에 대한 예찬은 수도 없이 많다. 심폐 지구력과 근력향상, 체중감소, 성인병 예방 등등. 그러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성취감이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겪는 불편함, 지루함, 피로감 등 힘든 과정을 반복적으로 극복하며 갖는 성취감이야말로 최고의 장점이다.
경기신문이 내년 2월 수원에서 국내 최대 국제하프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 경기도 유일의 국제대회다. 참가자들 모두에게 인생의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