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의 한 폐광에 설치된 동굴 예술의 전당 개관식이 지난달 29일 열렸다. 동굴 속 예술공간에서 대중음악과 클래식 공연이 동시에 열리고, 3D 만화영화 <뽀로로>가 상영되는가 하면, ‘동굴문명전-엘도라도 황금을 찾아서’라는 특별전시회도 개막됐다. 40년 전에 문을 닫아 광명시의 애물단지였던 가학광산이 훌륭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멋지게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여름에는 서늘하고, 한겨울에는 따뜻한 동굴 예술의 전당을 갖게 된 광명시민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상상력과 추진력이 결합하면 지역의 흉물도 감탄스러운 복합 랜드마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가학광산은 일제 강점기인 1912년 시흥광산이라는 이름으로 광업권이 시작되었다. 금, 은, 동, 아연을 생산하는 식민지 자원수탈의 현장이었다. 광산 운영은 해방 후에도 계속 되어 1972년까지 채굴이 이어졌다. 폐광이 된 이후에는 60년 동안 쌓인 광미(찌꺼기)가 작은 산을 이룰 정도였다. 장마 때마다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산 아래 농토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이 광미 더미를 흙으로 완전히 덮고 그 위에 쓰레기소각장을 건설함으로써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광산의 활용 방안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광명시는 길이 420m에 이르는 폐광을 복합 문화체험 관광지로 꾸미는 방안을 추진했다. 2011년 광명시는 43억원을 들여 폐광부지 소유권을 완전히 확보했고, 2012년 3월에는 경기도, 경기관광공사와 이곳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자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금까지 도가 70억원, 시가 69억원(토지매입비 포함)을 투입해 안전시설 설치, 주변 도로 개설 등을 마무리 짓고 지난해부터는 체험형 관광을 시작했다. 이제 350석 규모의 문화예술 공간까지 확보했으므로, 현재 1일 3천명 수준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문화예술적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활용한다면 가학광산 동굴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다.
경기도내에는 이러한 자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폐광만 하더라도 여주와 양평 일대에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 폐광을 지역특성과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복합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키는 일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호주의 블루마운틴이나 유럽 곳곳에 있는 유명 동굴 관광지들은 대부분 이러한 상상력이 탄생시킨 걸작이다. 경기도와 각 시·군이 적극 협력한다면 제2, 제3의 가학광산과 같은 성공사례를 얼마든지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풍부한 상상력, 열린 자세, 뚝심 있는 추진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