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제대 후 20년이 지나도, 아니 40년이 지나도 군대가 배경이 된 악몽을 꾼다는 남성들이 많다. 그만큼 남성들에게 군대는 두려운 존재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우리나라 남성들 가운데 군대 가기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원병을 모집하는 해병대나 공수부대 등이 있긴 하지만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야 할 남성이라면 어차피 짊어지고 나가 해결해야 할 병역의무일 뿐이다. 이회창씨가 두 번이나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이유도 두 아들 병역미필 파동 때문이었다. 군대는 한국 남성들의 인생에서 꼭 넘어야할 험한 산인 것이다.
군 가산점 제도는 이렇게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치며 고생한 제대군인들에게 준 보상이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일반 기업 입사시험에서 가산점을 부여해주는 제도였다. 이 제도는 1961년 도입돼 시행돼 왔지만 1999년 군 가산점 제도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군 가산점 제도가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이유다. 이후 군 가산점제 부활을 놓고 찬반 논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7대, 18대에 이어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군 가산점제 부활을 주 내용으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이므로 부활이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가 여론화 될 때마다 ‘그러면 여자들도 군대 가면 될 게 아닌가?’라고 불만을 터트리는 남자답지 못한 사람도 간혹 있긴 하지만 현재 여건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여성은 사병으로 입대할 수 없다. 장교나 하사관으로 가서 군 복무를 해야 하는데 의무 복무 기간이 3~4년에다 교육 기간까지 합치면 남자 사병보다 기간이 많다. 현실적으로 군복무 의무가 없는 여성들은 가산점을 받기 어렵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군 가산점 제도가 사라지긴 했지만 현재 여론은 이 제도의 부활을 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한 취업포털에 의뢰해 20∼30대 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8.8%가 군 가산점제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다. 남성의 92%가 찬성한 것은 당연하지만 여성도 65%나 찬성한 것은 이채롭다. 대한민국에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적으로 군대에 가서 모든 것을 통제받으며,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복무하는 우리의 군인들. 이들을 생각하면 국가와 사회는 가산점제가 아니라도 다른 대안을 마련해 혜택을 줘야 마땅하다. 박민식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제대군인에 대해 정년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하고, 기업체가 제대군인의 복무기간을 의무적으로 근무경력에 포함해야 한다’는 안은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