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개성공단 문제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미 치명상에 가까운 상처를 입은 터라 획기적 전기가 마련되리라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존속이냐 폐기냐를 가르는 마지막 분수령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기계전자부품 관련기업들은 지난 3일 국내외 이전을 선언하며 배수진을 쳤다. 북은 그날 오후 기업인들과 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판문점 연락채널도 오후에 받아들였다. 통일부는 4일 오전 개성공단 관련 남북당국 간 실무회담을 6일에 갖자고 제안했다. 주말 중에 실효성 있는 진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지난 6월초 남과 북이 돌연 대화에 나설 것처럼 요란한 제스처를 보이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산시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과 북이 발표한 문안을 곰곰이 음미해 볼 때 양쪽 다 공단 폐쇄에는 큰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북이 보낸 통지문은 “장마철 공단 설비·자재 피해와 관련해 기업 관계자들의 긴급대책 수립을 위해”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명시했다. 기업들이 주장한 국내외 설비이전에 대한 언급은 없다. 남쪽의 실무회담 제안도 회담을 통해 “시설과 장비점검 문제를 비롯한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문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를 다루자고 했다. 역시 설비 국내외 이전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과 북의 진정한 의도가 폐쇄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인지, 공단의 정상화를 원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남북관계의 특성상 진실이 무엇인지는 시간이 상당히 흘러야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전자라면 남과 북의 현 집권세력은 한반도 역사에 중대한 오점을 남기는 것이고, 후자라면 굳이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공단을 정상화하는 게 진정한 목표라면, 북쪽 주장대로 기존 틀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를 진행하느냐, 남쪽 현 정부가 고수하는 새 틀에서 대화를 재개하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의 요청대로 관리위원회 관계자가 방북해서 신뢰를 쌓아가면 어떻고, 남의 제의대로 당국자 실무회담에서 전반적인 문제를 짚되 시급한 일부터 대화를 시작하면 또 어떤가.
현재 국면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기업들의 입장이다. 기업들은 가동 중단 3개월을 넘기면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일각의 주장처럼 기업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른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개성공단의 설립과 가동 자체가 남북 정부에서 보증한 일이다. 현 집권자들은 법적 책임을 승계해야 한다.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피해가 불어나는 기업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마지막 기회마저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