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전두환씨 추징금 확보를 위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을 주축으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와 국세청 등 관련 기관 지원인력 등 동원된 수사진만 80∼90여명에 이른다. 압수수색 대상도 서초동 시공사 본사와 연천에 있는 국내 최대 허브 농장인 ‘허브빌리지’ 등 10여 곳이나 된다. 규모와 기세로만 보면 검찰이 이번에야말로 불의한 은닉 추징금을 상당히 밝혀내 환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전씨의 확정 추징금 2천205억원 가운데 지난 17년 동안 변제된 금액은 24%인 533억원에 불과하다.
가장 궁금한 점은 검찰이 확실한 단서를 포착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정권까지 검찰이 전씨 비자금의 행방을 몰라서 추적 못했는지, 알고도 못했는지 일반 국민으로서는 알 수 없으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전씨를 결과적으로 도와준 꼴이 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무엇보다도 1995년 수사팀 일각에서 전씨가 자택 등에 천문학적 비자금을 숨겨둔 것으로 추정했으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대법원 확정 판결 후인 1998년부터 전씨 자녀 등의 부동산 매입이 집중된 점으로 미루어볼 때 현찰로 숨겨 놓았던 돈을 이 시기부터 풀어 ‘부동산 세탁’에 들어간 게 확실해 보인다. 검찰은 뒤늦게 2003년 전씨 집 별채와 가재도구 등을 경매에 붙이는 소동을 벌였으나 결과는 미미했다.
전씨 자녀와 손자 등이 개입된 수상한 부동산 거래는 그동안 여러 차례 드러났다. 수백억원대의 땅을 제3자까지 끼워 복잡하게 거래한 사실이 밝혀지고, 이 과정의 의혹이 구체적으로 보도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구체적 사실이 적시됐어도 검찰과 사법당국은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전씨 비자금은 복잡한 세탁 과정을 거쳐 합법적 재산의 모습을 갖추었다. 전씨 장남이 2004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이 과정에서 모종의 구실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모든 과정의 핵심적인 단서를 포착했느냐가 이번 압수수색의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전씨가 주도한 이른바 ‘5공 정권’의 실세와 하수인, 그들의 후손들은 여전히 여러 영역에서 떵떵거리며 산다. 일부 재벌급 기업들이 전씨 일가의 부동산 거래 등 비자금 세탁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여러 건 제기된 상태다. 다시 말해 전두환 추징금이 마지막 한 푼까지 걷히길 바라는 일반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이를 은폐하려는 세력들이 그물망처럼 퍼져 있는 것이다. 이번 압수수색이 태산명동 서일필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