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사를 주름잡았던 민족들은 거의 모두 기마민족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민족은 칭기즈칸의 몽골족으로 인류 최대 제국을 건설했다. 아틸라의 훈족, 코삭 또는 카자흐족 등은 모두 기마민족이었다. 로마군단을 전멸시켰던 파르티안 샷(달리는 말에서 몸을 뒤로 돌려 활을 쏘는 배사법)의 파르티아도 기마민족이다. 최강이라던 로마군단은 이민족이라고 무시했던 기마민족들에게 유린당하고 로마제국은 무너졌다. 중국 한족을 끝없이 괴롭히고 지배한 민족도 기마민족이었다. 고구려와 흉노, 거란, 여진, 만주족 등은 기마민족이었다.
물론 지금은 기마전술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승마는 선진국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고,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를 키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에게는 몸과 마음의 재활치료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말과 교감을 통한 심리치료는 물론 말 타기 활동을 이용한 신체발달과 운동능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뇌성마비환자나 뇌기능 손상 등의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활승마가 우리나라에는 도입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선진국에서는 장애인의 재활치료 분야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승마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해 7월 ‘승마장 육성 및 말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만 31억원을 들여 수원과 안산, 양주 지역에 승마장을 새로 조성하는 등 오는 2015년까지 승마장을 10곳에서 20곳으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또 화옹간척지 에코팜랜드에 86㏊ 규모의 승용마단지와 93㏊ 규모의 말 조련단지를 조성하고, 2016년까지 양주에 생태승마공원을 조성한다고 했다. 서정대학교엔 말 관련학과를 개설키로 하는 등 말 육성산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경기도의 야심찬 말산업 활성화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시·군의 반대와 국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 서둔동 서울대 농대 부지에 조성될 재활승마센터는 인근 서호중학교 학부모와 주민들의 반대로 차질이 생겼고,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에 위치한 대부 해맞이승마클럽 확장사업도 인·허가가 늦어지면서 안산시가 국·도비를 반납했다. 서정대 말산업학과는 도가 양주시, 서정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개설을 추진했으나 학생수급 차질로 무산됐다. 도의 말산업 육성의지는 칭찬할 일이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은 어려울지라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차근차근 성사시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