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은 국도 1호선이 관통하고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행정·금융·문화의 중심지다. 수원시청과 팔달구청을 비롯해 백화점·증권·은행·대형 상가가 밀집돼 있는 데다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또 문화의 중심지로서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수원시 야외음악당, 수원청소년문화센터 등 각종 문화예술 밀집지역이다. 가히 1번지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시청 뒤 일명 ‘박스’ 지역에는 각종 유흥업소가 불야성을 이룬다. 이 가운데는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불법 성매매업소나 유사 성행위업소도 음습한 곳에서 기생하고 있다. 당연히 민원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공직자들이 쉴 틈 없이 바쁘다.
번듯한 거리나 대형 마켓, 대단위 아파트단지 이면에는 오래되고 낡은 주택가도 있어 대조를 이룬다. 특히 재개발지역에는 방치된 빈집과 폐가가 30곳이 넘는다. 재개발이 수년째 지연되어 지역 슬럼화가 매우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빈집 하나를 허무는 데 드는 예산이 1천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흉물이 된다. 청소년들의 탈선공간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인계동의 역발상이 시작된다. “어차피 허물어도 예산이 든다면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한 게 이 사업의 시작이죠.” 인계동 최광균 동장의 말이다. 이렇게 해서 방치된 폐가가 주민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선 수원시 팔달구 세지로 225번길 36에 우리동네만들기 ‘다울공간’이 꾸며졌다. 주민 스스로가 만드는 다울공간은 ‘함께 하는 우리’라는 순 우리말로, 공간을 통해 이웃과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정하고 있다. 이 공간 안에 주민 쉼터와 사랑방을 만들고,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재능 기부를 통한 각종 전시회도 열기로 했다. 올 8월부터 ‘누구나 학습마을’을 운영할 예정이며, 코디네이터가 상주 근무해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게 된다. 주민들의 창작 공간 및 문화 향유 공간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최 동장은 현재는 단순히 전시, 창작 공간에 머무르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편하게 먹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주민 소통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운영효과가 좋으면 인근 빈집을 다시 리모델링해서 제2, 3, 4의 다울공간을 꾸미겠다는 생각이다. 지역 슬럼화가 진행 중인 인계동에서 일고 있는 이 사업이 성공하길 기대한다. 지난 13일 2013 마을계획단 최종 발표회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의 길, 올레?’ 주제로 우수마을에 선정되고, 주민의 소리가 담긴 인도래 마을신문을 발간하는 인계동. 또 하나의 아름다운 시작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