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일까.
뜬금없이 이런 고민에 빠진 건 한 권의 책 때문이다.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이숲 지음, 예옥 刊)’이다.
내한민국? 대한민국이 아니고? 의문은 책을 펼치자 바로 풀렸다. 작가는 그 이유를 이렇게 답한다. “현실비판적 시각 속에서 사회민주화 운동에 경도됐던 스무 살엔 놓치고 있던 걸 이제야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내’ 나라를 지금에야 발견했다는 것을 제목 속에 담고 싶었다”고.
작가는 우리조차 모르고 있던 100년 전의 우리를 유럽에서 찾았다. 치욕의 역사로 기억되는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속에서도 찬란했던 한국인의 ‘개성과 영혼’ 말이다.
시작은 이렇다. 작가가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이다. 중앙도서관에서 1904년 국운(國運)이 기울어가는 한국에 대해 쓴 책 “한국에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대한 기억과 연구”를 발견한다. 그 책에서 개안(開眼) 수준의 감동을 받는다. 책에 담긴 한국인은 ‘지금껏 알아왔던 한국인이 아니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자유분방하고 호탕하며 자연스럽고 총명한’ 한국인들이 책 속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때 받은 충격이 지금은 사라진 이 ‘유쾌하고 매력적’인 한국인의 이미지를 찾아 떠나게 했다. 실종된 한국인의 긍정적 이미지를 찾아 떠난 학문적 여행의 결과물이 ‘스무살엔 몰랐던 내한민국’이라고 작가는 당당히 밝힌다. 그리고 당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부정적인 이미지 퍼뜨리기’ 배후에 일본 제국주의의 간교함과 서구 열강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밝혀낸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역사는 쳇바퀴 돌듯 하고 있으니 개탄할 일, 아닌가.
그래서인가. 책의 소제목만 보아도 생경하고 가슴이 뛰는 것을 감출 수 없다.
소제목은 이렇다.
▲한국인은 확실히 잘생긴 종족이다 ▲한국인은 자연스럽고 당당하다 ▲자유분방하고 쾌활하고 호탕한 한국인 ▲한국인은 인정이 많고 통이 크다 ▲호랑이를 때려잡는 한국인이 비겁하다니!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자들이 빨래만 하고 있다니! 등.
작가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나 역시 경도된 시각을 지녔다고 고백하게 만든 이 책, 일독(一讀)을 권한다.
/최정용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