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만큼 예술인들의 손도 바빠지는 가을이다. 떨어진 낙엽을 밟을 때 나는 '사그락' 소리를 즐기면서 한가로이 걸어보는 산책길. 수원 만석공원에서는 이 가을을 느껴보려고 찾아왔다가 공원 내에 있는 미술전시관에 들러 한껏 분위기를 내는 이들을 심심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우숙의 네 번째 개인전-'11.030303…'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고 그리는 세계는 내가 살아온 시간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부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한국땅을 밟은 이우숙씨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잠자는 동안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이색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회 이름 '11.030303…'은 그녀의 34년의 인생 중 눈을 감고 있었던 시간, 즉 꿈꾸는 시간이었던 인생의 3분의1을 뜻한다.
드로잉과 회화, 사진과 영상, 부조와 설치 등의 기법들이 결합돼 탄생된 이씨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몽롱하고 흐릿해 애매한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듯 하다.
손을 찍어 프린트한 필름을 캠퍼스에 붙일 때도 손과 관련된 매니큐어를 사용하는 등 이씨는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도 모든 의미를 담아냈다. 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재료로 만든 작품을 소개하면서 "어떤 작가들은 성형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해요. 전 제 몸을 작품에 사용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작품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지난 99년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과 뮌헨에서 열었던 2회 개인전 '인간의 자연-대단히 감사합니다', 밀라노에서 가진 3회 개인전 'it. Me'과 다수의 그룹전에서도 개성을 유감 없이 발휘했던 이우숙.
이씨는 유난히도 손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내 놓는다. 손을 의인화해서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코소보 사태를 주제로 날카로운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제 어머니가 한쪽 손과 발을 사용하지 못하세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 보는 습관을 같게 된 것 같아요" 이씨는 미흡한 것의 아름다움을 아는 작가다.
◇황정옥의 첫 번째 개인전-'서정으로의 초대'
유난히도 녹색을 좋아하는 황정옥씨의 전시회에서는 곳곳에서 녹색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홍대 응용미술을 전공했지만 황혼까지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수채화가 좋아서 수채화를 즐겨 그린다는 황씨는 꽃과 시골풍경을 담은 수채화 25점을 수줍게 내 놓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난 4월 '나혜석 여성미술대전' 입상작인 '하오의 정적'과 더불어 곳곳에서 다양한 꽃이 만발하게 피어나고,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장독대들이 정겹게 놓여있는 작품들이 전시돼 들판에 앉아 풍광을 즐기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졸업 후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했었는데, 시어머니께서 쓰러지시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늦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내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하는 녹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작품을 소개하던 황씨는 금새 눈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꽃처럼 순리를 알고 의지로 그려낸 작품은 그저 또는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황씨의 작품에는 자연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넉넉하게 담겨있다.
오는 28일까지 전시. 문의 031)228-3647
이혜진기자 lhj@kgs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