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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민초들… 미래를 여는 저항의 뿌리

일제 치하에 맞선 영웅의 삶 아닌
개개인의 삶 통해 저항 정신 고찰
불온·순응 분리돼 한쪽 비대할때
역사적인 이유 분석 필요성 역설

 

 

‘식민지’는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했던 시기다. ‘불온’은 통치 권력이나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태도나 기질을 말한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볼온한 언동을 했다는 죄로 검거돼 재판을 받은 경성 유학생 강상규, 경기도 자소작농 김영배, 서울 근교 하층민 신설리 패, 강원도 산간벽지 소학교 학생 김창환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제 지배층에서 바라볼 때는 당연히 이들은 불온한 사람들이다.

그 시기는 식민지 권력이 일상 영역에 침투하고 통제를 강화하며 삶을 옥죄던 때다. 내선일체와 같은 식민정책이 실시되고, 아침마다 궁성요배를 하며, 창씨개명과 일본어 상용이 강요됐다.

일제 통치에 대해, 천황에 대해 불평불만을 얘기하면 여지없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끌려 들어갔다. 독립투쟁을 했던 사람만이 일제의 감시하에 놓여 있지 않았다. 그 감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도 적용됐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이라는 거대 역사 대신, 당대의 작은 개인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의 삶과 일상, 저항을 복원했다.

저자는 ‘책머리’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일본이 한국을 강점했던 식민지 시절로 떠나는 자유여행 안내서이다. 자유여행에도 콘셉트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주제는 ‘불온’과 ‘열전’이다. 지배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현장을 방문해 식민지를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 이번 역사 여행의 목적이다. 거기서 만나는 불온한 사람들의 일상과 욕망, 저항을 체험해 보기 바란다. 운이 좋다면 그들의 삶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보론2, 불온에 관한 7가지 단상’ 중 ‘행위로서 불온’(235~237쪽)에 대해 세가지를 언급한다.

첫째는 정치나 운동이 아닌 삶의 공간에서는 불온과 순응의 모호한 공존이 일상적이라는 것, 둘째는 불온과 순응이 분리돼 한쪽이 강화될 때, 왜 그런지 역사적·국면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저항의 뿌리로서의 불온으로,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불온은 행위자와 그 시대를 보여주는 창이며 미래를 열어가는 저항의 뿌리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맺는다. “불온이 없는 사회에서 독재는 시작된다.”

마치 소설처럼 술술 읽히지만, 사이사이 엄밀한 학술적 논증과 분석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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