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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인생은 육십부터일까, 칠십부터일까

 

한 동네에서 같은 해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이 뒷바라지를 하면서 아이들이 친구가 되면서 엄마들도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 동안 아이들도 다 커서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하고 졸업을 하면서 서로 바쁘게 살다보니 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치맛바람 동창생 시절로 돌아가 대화는 줄줄 이어졌다. 그러다 우리 나이에 공동의 화제인 건강으로 얘기가 흘렀다.

갱년기 증상에 노화에 따른 여러 가지 증상과 치료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작년이 남편의 회갑이었는데 가족 여행을 하고 아이들의 제안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별세하신 시아버지 사진과 자기 남편의 사진을 한 자리에 놓고 대조해 보니 적어도 이십년 이상 차이가 나더라고 한다.

같은 회갑 사진이 아들은 육십 대의 얼굴인데 아버지는 아무리 보아도 팔십대 노인의 얼굴이었다는 말을 하며 지금은 그 때보다 사는 게 편하고 건강을 돌보며 특히 요즘에는 남자도 외모를 가꾸고 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설명은 나도 동조하기에 충분했다.

덧붙여 자기 집에서는 밥도 귀찮으면 외식을 자주 하고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멀리 가기도 하고 사고 싶은 물건은 좀 비용이 들더라도 구입하는 편이며 오가는 길에 남편이나 아들과 데이트도 하니까 가족 구성원 간에 사이도 좋아진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오후 조금 한가한 틈에 신문을 읽다가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서기 2045년이면 의학의 발달로 모든 질병은 정복되어 인간이 죽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점점 답답해짐을 느낀다. 노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장수가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다. 지금도 인생 이모작을 부르짖으며 장수 시대의 삶에 새로운 등고선을 그리고 있다. 이제 복지정책도 장생불사 시대에 맞는 정책을 세워줄 것을 기대해 본다. 그러면서도 까닭 없는 답답함을 종일토록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으로 떠넘긴다.

벌써 몇 번이나 꼭지를 갈아 끼운 냄비가 이번에는 손잡이가 흔들거리는 바람에 큰 맘 먹고 아끼느라 쓰지 않고 박스 그대로 둔 냄비를 꺼냈다.

반짝거리는 광채와 고운 빛깔이 음식 맛을 더해주는 것 같고 눅눅한 장마철에 제대로 기분 전환이 된다. 손에 익을 정도로 아껴 쓰던 물건도 수명이 다 하면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데 죽지 않는 사람들은 다 어떻게 살며 가뜩이나 출산율이 낮은데 노인에 치어 아이 낳을 생각이나 할지, 교통이나 환경 문제 외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오락가락 한다. 마치 오늘 날씨처럼….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잠든 아기를 포근히 안은 가족이 들어선다. 모두가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얼굴이다.

아마도 사람이 만드는 가장 평등하고 완전한 행복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기를 안은 엄마와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어느 한 쪽도 불행을 생각하지 않는 행복한 순간이 계속 되려면 인생은 지금부터라고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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