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내놓은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사용량 절약은 유도하지 못하면서 저소득층 부담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것은 좋으나, 항상 오르는 추세인 연료비를 요금에 연동하면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200~600㎾h 구간을 단일요금으로 하면, 가정용 소비전력으로는 상당히 많은 양인 600㎾h까지 전기를 쓰는 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 요금 부담을 줄여주면서 전기 절약을 유도하겠다는 개편 취지를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셈이다.
더 큰 비판은 왜 항상 가정용 전기요금만 먼저 문제 삼느냐는 점이다. 전체 전력 가운데 가정에서 쓰는 전력 비율은 15~20%에 불과하다. 사리로 따지면, 절반이 넘는 50~60%를 사용하는 산업용 요금 개편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가정용을 이야기하는 게 맞다. 더구나 산업용은 가정용 요금의 절반 이하 혜택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단 가정용을 개편한 다음에 산업용을 손질하겠다고 밝혔으나, 순서가 뒤집혔기 때문에 비판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전기 절약도 가정 먼저, 요금 개편도 가정용 먼저이니 쌓인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전기요금 체계는 물론이고 에너지 관련 정책의 수립 시행 과정에서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한 적이 없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현실화란 미명 아래 전기요금을 올릴 때도, 누진제를 계속 뜯어고칠 때도 국민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 수출기업이란 명목으로 산업용에 터무니없이 싸게 전기를 공급한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전기가 어떤 에너지원보다도 원가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산업체들이 앞 다투어 생산설비를 전기 동력 방식으로 바꾸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또한 전기사용량이 많은 대기업일수록 저렴한 비용혜택을 보는가 하면, 발전부문 민영화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전력난이 가중될수록 짭짤한 이익을 챙기는 구조가 굳어졌다.
지금이 전기요금과 에너지 정책 전반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할 때인 건 맞다. 이제부터 서둘러 대비하지 않으면 해마다 ‘대정전 공포’에 시달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구시대적 일방통행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포함한 발전체계 전반에서부터 전력수급과 요금문제까지 국민들이 폭넓게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부터 만들어야 한다. 전문성을 방패막이로 일방적 전력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어설픈 개편안을 제시했다가 여론의 풍향에 맞춰 조삼모사 해서도 안 되고, 산업용 요금의 모순을 은폐하려 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