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사발 작가로 유명한 도예가로서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 위원장 김용문씨가 고향인 오산시를 떠났다. 아예 주민등록 주소지까지 옮겨버렸으니 아주 경기도를 떠난 것이다. 그가 간 곳은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다. 완주군은 전주시를 감싸고 있는 인구 9만도 채 되지 않는 곳이다. 김 작가는 주지하다시피 막사발의 장인으로 현재 터키 하제테페 국립대학 교수이자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 위원장이다. 매년 세계 유수 도자작가들과 함께 가마 쟁임과 장작불을 지피며 문화예술 나눔의 장을 열고 있다. 그런 김 작가가 지난해 태어나고 자란 오산시를 등지고 완주로 이전해 세계 막사발 축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용문 작가는 왜 경기도를 떠나 낯선 곳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그의 작품 활동과, 필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 전통 막사발의 세계화를 위한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의 지속적인 개최를 위한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경기도에서는 그의 이런 포부를 잘 알아주지 않았다. 물론 외면만 한 것은 아니다. 고향 오산시에서는 작으나마 예산을 마련해 행사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행사를 치를 때마다 그의 빚은 늘어났다. 세계 10여 개국에서 온 작가들과 함께 행사를 운영해 나가기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한국을 떠나 터키 국립 하제테베대학으로 가서 한국의 막사발을 강의하며 생활과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에게 새로운 꿈을 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전라북도 완주군 임정엽 군수였다. 사정을 알게 된 임 군수는 김 작가에게 구 삼례역사를 리모델링해 막사발 미술관으로 만들고 창작공간과 장작가마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아울러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용문 작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이었다. 임 군수는 그 약속을 훌륭하게 지켰다. 버려진 구 삼례역사는 멋들어진 막사발미술관으로 거듭났고 김 작가에게는 장작가마와 창작공간도 생겼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는 ‘완주 세계 막사발 심포지엄 2013’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임정엽 군수, 정말 멋지고 훌륭하다. 그는 구 삼례역 옆 오래된 창고들을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조성하기도 했다. 그의 우리문화예술 사랑과 과감한 투자에 대단히 놀랐다. 임 군수의 문화예술 마인드가 도시의 틀을 바꾸고 있었다. 전통 막사발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완주군의 또 다른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다. 이런 문화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이 사는 완주군이 부럽다. 그리고 한편 속상하다. 왜 경기도에는 임 군수 같은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