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나이 계산법’이란 게 있다. 과거 50년 전 68세가 차지하는 인구비중이, 85세에 0.8을 곱한 68세가 현재 인구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자신의 나이에 0.8을 곱한 나이가 실제 나이라는 것이다. 계산법에 따른다면 50세면 요즘은 40세가 되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이 주장한 실제 나이 구분법은 더욱 젊다.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영 올드(Young Old)로 구분하고 있어서다. 이 구분에 따르면 75세까지의 영 올드 세대는 아직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젊고 건강한 신 중년 또는 젊은 고령자쯤으로 해석하는 게 올바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올드 보이(old boy)가 아니라 하프 보이(half boy·반 젊은이)로 규정하고 있다. 버니스 뉴가튼 교수는 이들을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며,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 부른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에서는 시대의 실상을 반영하여 ‘0.7 곱하기 인생’이라는 나이 계산법이 있다. 현재의 나이에 0.7을 곱하면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인생의 나이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50세인 사람은 과거의 35세인 사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조금은 과장된 듯싶지만 젊어진 신체 나이와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이 0.7, 0.8 곱하기 나이계산법을 수긍케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중년은 몇 살부터인가. 최근 영국에서 중년은 53세부터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베네든 헬스’라는 연구기관에서 남녀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나이 드는 것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종전에 41세로 생각했던 중년의 기점이 50대 중반으로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늦춰진 이유는 건강해진 심신과 활동적인 삶 등으로 인해 ‘노화’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며 조사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중년’이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 나이는 이제 신체적 상태와 먹는 마음에 따라 달라질 뿐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옛날의 중년이 장년으로 바뀌는 등 인생의 주기가 과거보다 10년 이상 늦춰졌으니 말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