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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범죄지도 공개 신중하게 추진해야

안전행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전국의 범죄지도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이라는 현 정부의 이른바 ‘4대악’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역을 표시해 알려주는 지도다. ‘생활안전지도’로 명명된 이 지도는 그동안 부처별로 개별 관리되던 재난·교통·안전사고·범죄정보 등과 통합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국민들에게 직접 제공된다고 한다. 안행부는 올해 25억원을 들여 10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시범 구축을 해 본 뒤 200억원의 예산으로 전국 모든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범죄지도는 범죄의 예방과 수사를 위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이 8년간 발생한 범죄를 유형별, 지역별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유사 범죄 발생을 예측한 결과 정확도가 71%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떤 범죄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잘 일어나는가를 안다면 경찰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범인 검거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범죄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지도의 작성과 공개는 별개의 문제다. 지도를 공개한다고 범죄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지역 간 갈등, 해당 지역 집값 하락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영국이 몇 년 전부터 범죄지도 공개를 통해 지역범죄율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사례에서조차도 범죄예방이 지도 공개만의 효과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치안력 강화 등 다양한 요인이 상승작용을 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론의 특성상 지역별 범죄지도가 공개되면 범죄 빈발 지역으로 나타난 곳은 더욱 슬럼화 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4월 수원 지동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의 예에서 보았듯이, 지동은 중국동포 오씨의 임시 거처였을 뿐 범죄와 무관함에도, 강력 범죄의 온상이라는 무책임한 낙인이 찍혔다. 범죄지도가 공개되면 전국적으로 이런 부작용이 벌어질 것이다. 어느 지역에 산다는 사실만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범죄예방이 아무리 좋은 명분이어도 애꿎은 주민들의 억울한 피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일반인이 우리 지역의 ‘4대악’ 발생 유형과 빈도를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뭔지도 의심스럽다. 특정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면 치안당국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에 힘써야 하는데, 범죄지도는 개인에게 알아서 조심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범죄지도 공개는 그러므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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