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과 견주는 또 한 명의 책사가 있다. 바로 봉추라 불리는 방통이다. 방통은 적벽대전 중 중용되어 전황에 큰 획을 긋는데, 적벽대전은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규모가 컸던 전투였다. 백만 대군의 위용을 내세워 무섭게 남하하던 조조의 군대를 대파하고 삼국정립의 기틀이 된 전투이기도 하다. 유비와 오의 동맹군이 적벽대전에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바로 방통의 ‘연환계’ 때문이었다.
방통은 조조의 첩자 ‘장간’을 역이용하여 조조의 진영으로 초대된다. 평소 인재를 후하게 대접했던 조조는 방통을 반기며 조조군 진영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방통은 북방 지역의 병사들인 조조의 병사들이 뱃멀미가 심해 제대로 싸울 수 없으니 쇠사슬로 배를 연결해 배가 흔들리는 걸 방지하는 ‘연환계’를 제안하고, 조조는 연환계를 받아들여 수군 군선들을 모두 연결한다. 유비와 오의 동맹군은 이를 이용해 화계로 조조의 군선을 한 번에 불태워 조조군 을 대파한다.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4대악을 이루는 여러 종류의 폭력들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많은 폭력 사건들이 명확하게 나누어지기보다는 복합적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나 가해자에 따라 종류는 나누어지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두 ‘폭행’이라는 행위 태양에 뿌리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순환과 변형의 과정을 반복하기도 한다. 성폭력이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의 행위 태양이 되기도 하고,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그 영향으로 학교폭력이나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학교폭력이 성폭력으로, 성폭력이 가정폭력으로,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행해지는 폭력을 하나만 때어내 치유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조조의 배를 하나로 연결해 불태웠듯이, 하나의 폭력 사건이라도 그 사건 속에 잠재되어 있는 다른 행태의 폭행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똑같은 목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협약 등을 통해 협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
4대악 척결 추진 이후 여러 기관과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기왕 하는 노력이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4대악 척결을 위해선 두 종류의 연환이 필요하다. 폭력 척결에 있어서의 연환과 유관기관간의 연환. 방통의 ‘연환계’는 효율성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제조건임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