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하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문답(問答)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렸던 추억이다.
질문은 이랬다. “개가 천을 물고 절로 가는 것이 뭐게?” 갸우뚱. “그것도 몰라? 개천절이지.” 까르르 깔깔 낄낄.
각설하고. 그 개천절(開天節)이 내일이다. 하늘이 열린 날.
서기전 2333년(戊辰年), 즉 단군기원(단기) 원년 음력 10월 3일. 국조(國祖)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한 날이다. 일본 군국주의와 그 뿌리인 대한민국 주류 사학자들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신화(神話)로 전락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는 단군조선 말이다.
하나, 개천절의 ‘개천(開天)’을 엄밀히 따지면 단군조선보다 124년을 소급해야 한다는 설(說)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환인(桓因)의 뜻을 받아 환웅(桓雄)이 비, 구름, 바람을 거느리고 처음 하늘을 열어 태백산(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신시(神市)를 마련했던 날을 기원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로 인간세계와 교류를 시작한 상원 갑자년(上元 甲子年) 음력 10월 3일이 개천절의 시원이라는 것.
하여, 이를 축하하기 위해 제천행사를 치렀으니 고구려의 동맹(東盟), 부여의 영고(迎鼓), 예맥의 무천(舞天) 등의 행사가 그것이다. 이를 위한 제단(祭壇)은 마니산(摩尼山) 제천단(祭天壇), 구월산 삼성사(三聖祠), 평양 숭령전(崇靈殿) 등이 있겠다.
이 제천행사를 개천절이라 이름 짓고 시작한 것은 대종교(大倧敎)다.
1900년 1월 15일 서울, 대종교에서 홍암대종사(弘巖大宗師)로 불리는 나철(羅喆) 대종사를 중심으로 개천절을 경축일로 제정하고 이날을 기렸다.
단군이 신화인가 역사인가.
이 문제를 비단 (재야)사학자들의 몫으로만 돌리기에는 그 폐해가 너무 크다. 단군을 신화로 만들어야 자신들의 정통성이 인정된다고 믿는 일본 군국주의와 그 후예들이 한반도에서 호시탐탐 부활을 노리고 있는 오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단군의 후예들이 우리의 역사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순간, 정말로 개천절은 ‘개가 천을 물고 절로 가는 날’이 될지 모른다. 기우(杞憂)겠지.
/최정용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