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골목 건달 순정 그린 누아르
참고 사는 우리네 남자 이야기
마흔 넘겨 인생 굴곡 이해가 돼
대중 원하면 어떤 역할이든 좋아
“나는 대중 예술을 하는 광대일 뿐이에요. 어떤 역할을 주면 최선을 다하는 게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든 재벌이든 어떤 역을 주든 잘할 자신이 있어요.”
영화 ‘창수’에서 주연 창수 역을 맡은 임창정의 말이다.
이덕희 감독이 연출한 ‘창수’의 개봉(28일)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임창정을 만났다.
‘창수’는 뒷골목 건달의 순정을 그린 누아르다. 거대 조직 보스의 여자를 사랑하게 된 뒷골목 건달의 비극을 그렸다.

‘창수’라는 캐릭터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영화는 임창정을 위한 작품이다.
“‘창수’는 우리네 남자들 이야기입니다. 창수처럼 불의를 보면 나서려고 하잖아요. 그러나 실상은 다르죠. 억울해도 참고 살아가는 것, 그게 남자의 일생인 것 같아요. 자식이 있고,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창수의 대사 중에 ‘죽는 것만이라도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말이 있어요. 저도 공감했던 말이고, 영화를 보는 많은 남성도 공감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삼류 건달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영화는 ‘파이란’(2001)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이덕희 감독은 ‘파이란’의 조감독 출신이다.
“주인공 최민식 선배를 모델로 하거나 연기를 하면서 그의 연기를 떠올려 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창수’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남자들의 이야기니까요. 이번에 나온 노래의 제목도 ‘나란 놈이란’ 입니다. 제가 작사·작곡한 곡인데, 창수와 비슷한 정서인 것 같아요. ‘나란 놈이란, 창수’라고 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웃음)
임창정은 한때 ‘타고난 연기자’라는 말을 들었다. 그의 연기에는 슬픔과 비극, 엉뚱함이 공존했다. ‘색즉시공’(2002)에서의 슬픔이 담긴 코미디, ‘행복한 장의사’(2000)에서는 따뜻한 드라마, ‘시실리 2㎞’(2004)에선 엉뚱한 스릴러 연기가 돋보였다.
충무로에선 그의 재능을 아꼈고, 가요계에선 그의 목소리를 탐했다. 각종 영화상과 가요상을 싹쓸이하며 한때 최정상의 자리에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옛말처럼 권세는 십 년을 가지 못하고(權不十年),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었다(花無十日紅). 인기나 권력의 속성은 원래 그런 것이다. 다만, 떨어지는 속도와 각도만 다를 뿐.
“제가 (‘색즉시공’을 함께 했던) 제균이 형(윤제균 감독)에게 웃으면서 얘기한 적이 있어요. 기대하는 게 없으니까 서운한 것도 없다고요. 천만 영화를 찍으며 잘 나가던 형이었죠. 형은 만나면 미안했던지 ‘언젠가 작품 하자’고 제게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전, ‘형이 망가졌을 때, 아마 나를 쓰려고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웃음). 농담삼아 한 말이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내리막을 서서히 걷고 있을 때, 예고도 없이 이혼이라는 위기가 그의 삶을 강타했다.
어린 시절 조 패시와 로버트 드니로를 좋아하며 배우로서의 꿈을 좇았던 그는 이제 마흔을 넘겼다. 인생이란 굴곡의 연속이란 사실도 조금은 알게 됐다. 또, 미래란 알 수 없기에 지금은 그저 “맡은 소임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 있어요. 주연만 맡는 게 아닙니다. 저는 대중이 원하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입니다. 예능도 하고,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 배우입니다. 누군가 옷을 입혀주면 멋들어지게 입는 사람일 뿐입니다. 옷을 고를 만한 위치는 아닙니다.”(웃음)
임창정은 콘서트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서 내년 봄쯤 다시 영화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는 액션스릴러, 휴먼드라마, 코미디 중 두 편 정도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