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늦은 오후 교사 11명이 수원 경기도교육청사 내 교육감실을 찾았다.
방문객은 최근 도교육청 인정 심의를 통과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를 집필한 전국의 초중고 교사들 가운데 11명.
어색한 표정으로 교육감실에 들어선 이들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감사패를 김상곤 교육감에게 내밀었다.
민주시민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교사들이 다른 한편에서 마음고생을 했을 교육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감사패로 전달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일선 교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민주시민 교과서 계획에 도교육청은 교육이념인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민주시민 육성’에도 맞는 프로젝트라고 판단, 집필을 받아들였다.
집필에는 교사동아리 ‘시민교육교과교육연구회’ 교사들과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교사 등 45명이 참여, 모든 필자가 초중고 교사로만 구성됐다.
국가 교육과정 중심이 아닌 교육현장의 요구와 필요를 교과서에 담겠다는 의도에서였지만 국내 첫 시민교육 교과서의 탄생 과정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진통의 반복이었다.
집필진은 초기부터 심의진과 격론을 벌였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료집 형태로 마무리할 것인지, 교육감 인정 교과서로 통과시킬 것인지를 놓고 교육청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충돌했다.
민주시민 교과서는 심의본만 10번을 다시 찍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월 26일 경기도 교육감 인정 교과서로 심의를 통과했다.
초등 3∼4학년용, 초등 5∼6학년용, 중학교용, 고등학교용 등 4종으로 구성된 교과서는 공통적으로 인권, 노동, 평등, 다양성, 평화, 연대, 환경, 민주주의, 미디어, 선거, 참여 등 주요 사회이슈를 주제로 다뤘다.
고등학교용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공기업 민영화, 국가의 책임 범위, 양심적 병역 거부 등 현안에 대한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뜻밖의 감사패를 받은 김 교육감은 “교육감이 되고 나서 선생님들한테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교육감은 지난 8월 민주시민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른 창의지성 교과서 집필자 모두를 표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