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는 정수리나 꼭대기, 또는 으뜸을 나타내는 우리말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 남사당패(男寺黨牌)에서는 우두머리를 ‘꼭두쇠’라 일컫는다.
그런데 그 어원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하다. 중국어는 ‘곽독(郭禿)’, 몽골어는 ‘고독고친’, 집시어는 ‘쿨리’, 인도어는 ‘쿠쿨라’ 등과 연관된다. 그래서 중국기원설과 서역기원설, 지중해기원설까지 ‘꼭두’는 지구상 대부분에 퍼져있다.
결국 언어의 기원은 한 뿌리에서 나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가지를 만들어 뻗어나간 것이 틀림없다. 굳이 박용숙 교수의 ‘지중해문명과 단군조선’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류가 한 뿌리에서 나왔으니 말꼴도 그 뿌리를 같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언어란 신통방통한 것이라 단어와 단어가 결합하면 원(原) 단어와 전혀 반대의 뜻으로 읽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고봉을 뜻하는 꼭두 역시 그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꼭두에 ‘각시’가 붙으면 최고의 존엄으로 통하던 ‘꼭두’의 스타일이 영 구겨진다. 꼭두각시. 어감이 꼭두와 전혀 딴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남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나 조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피동형 인간의 대명사로 불린다. 윗분의 의지대로 살아가며 ‘완장만 채워주면 부모도 물어버리는’ 인간형이다.
비슷하지만 또 다른 유형의 인간들이 중국에 있었다. 스스로 1인자로 생각해 권세를 휘두르는 2인자, 십상시(十常侍)다.
중국 한(漢)나라 영제(靈帝) 때 환관(宦官), 장양·조충·하운·곽승·손장·필남·율숭·단규·고망·장공·한리 등을 말한다. 어린 영제를 주색(酒色)에 빠지게 해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마침내 스스로가 열후(列侯)가 된 내시들. 결국 정국을 혼돈시킨 책임을 물어 원소와 조조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크던 작던 조직의 꼭두가 정신줄을 놓으면 꼭두각시가 된다. 도처에 하이에나 같은 십상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을 보내며 우리 주변에 꼭두각시가 된 꼭두는 없는지, 또 이들을 노리는 십상시는 없는지, 되살펴 볼 일이다.
그것이 새해를 맞는 자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