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옷은 사실 빨간색이 아니었다. 모습도 나라마다 제각각이었다. 파란 옷을 입은 산타가 있는가 하면 수염이 없는 산타도 있었다. 산타가 지금의 모습으로 정형화 된 것은 1931년 코카콜라에 의해서다. 당시 코카콜라는 크리스마스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코카콜라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 시킨 것이 산타다. 상기된 볼에 드리운 인자한 미소, 부드럽게 곱실거리는 흰 턱수염과 빨간 모자에 검은색 부츠를 신고 큰 선물 보따리를 든 스타일의 산타를 통해 소비 홍보를 펼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의 꿈과 환상의 산타모습은 이렇게 탄생됐고 지금까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으로 남아있다. 때문에 코카콜라는 빨간색 마케팅의 전설로 불린다.
최근엔 빨간색 마케팅이 기부에도 이용되고 있다. 연말을 맞이해 빨간색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프로덕트 레드(Product RED)’ 캠페인이 그것이다. 이 캠페인은 아프리카의 말라리아와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해 일반 제품에 빨간색 버전을 만들고 거기에 캠페인 로고의 사용을 허락하는 대신 일정 수익금을 기부 받는 형식이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애플을 포함해 코카콜라, 스타벅스, 시어리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다. 애플은 지난 11월23일, 뉴욕 소더비경매장에 빨간색 컴퓨터 한 대를 내놓았다. 그리고 언뜻 보기에도 평범한 이 제품은 무려 97만7천 달러(약 10억3천만원)에 낙찰됐다. 이유는 애플이 제작한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빨간색 디자인 제품이어서였다. 그리고 수익금은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 국제 기금에 기부됐다.
이렇듯 참여기업들은 일반 제품과 같은 기능의 빨간색 제품을 특별제작하거나 캠페인 로고를 붙인 제품을 판매하고 그중 일부를 기금으로 기부한다. 캠페인이 시작된 2006년부터 지금까지 국제 기금에 모금된 금액은 2억1천500만 달러(약 2281억원)다.
일부에서 기부활동이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또 다른 마케팅 수단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나라엔 이것마저 없어 아쉽다. 제품에 스토리도 만들고, 기부하는 사람의 만족도를 높이는 각종 색깔의 기부 마케팅이 많이 나와 특별한 나눔을 실천하는 우리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