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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철도의 추억-민영화 바람에 덧붙여

 

필자의 기억에 최초로 기차를 탄 것은 5살 때 아버지와 함께 대구에서 서울로 여행을 갔던 것이었다. 대구역을 출발해서 서울역까지 몇 시간이나 걸렸는지 모른다. 어린 마음에 마냥 즐거워하며 특급열차를 타고 아버지께서 사주시던 카스테라를 맛나게 먹은 기억은 지금도 내 뇌리에 또렷하다. 그리고 당시의 차창 밖 풍경들도 단편적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떠오른다. 이렇게 시작된 기차와 관련한 내 기억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로,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이르기까지 친근함과 향수 그리고 아련한 추억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 동요에 기차길옆 오막살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동요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차에 친근감을 느끼고, 기차가 일상의 삶 속 깊이 들어와 있는 이웃이며, 친구이며, 동시에 없어서는 안 될 그 무엇으로 각인된다. 그렇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의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것들이 흠뻑 배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철도와 우리 삶 사이의 감성적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은하철도999이다. 비록 일본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만화영화는 우리 삶 속의 철도에 대한 감성을 가장 깊은 곳까지 건드렸다. 그래서 온 국민들이 이 만화를 보고 또 좋아했다. 필자 역시 아직도 이 영화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지니고 산다. 그만큼 철도는 우리들에게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 이 철도를 민영화 하니 안 하니 말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철도민영화 불가를 내세웠다. 그런데 수서발 KTX 자회사 법인을 만들고, 그 법인을 만들자마자 철도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철도 운영에 그야말로 백지인 법인에게 면허를 발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민영화를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닭을 사고 물을 끓이면 닭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을 안다. 시장에서 닭을 사와서는 물을 끓이면서 닭 잡을 의사가 없다고 하면 누가 믿어줄까?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에 철도사업 면허를 발급하면서 철도를 민영화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들과 다른 정치인들을 바보로 아는 언사이다. 그래서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 파업에 동조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철도노조 파업에 동조하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민들보다 더 많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왜 그럴까?

필자의 철도에 대한 감정과 느낌이 필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국민들이 철도에 대해서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필자와 비슷한 감성적 연결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고로 철도에 대한 이런 감성을 산산조각 낼 민영화는 국민들의 거대한 감성적 저항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 단순히 실용적이고 정책적인 관점에서만 충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서 칙칙폭폭 소리를 들으며 자란 것 같은 느낌을 가진 온 국민들의 감성과도 싸울 각오를 해야만 한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철도 민영화의 닭을 잡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닭을 사고 물을 끓이는 것만 보고서도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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