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신시대에 살고 있다. 우선 정치 쪽이 그렇다. 경제대통령을 외치며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부자나 대기업은 어땠는지 몰라도 서민경제는 더 팍팍해진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지방선거 무공천을 약속했으나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여당인 새누리당은 세월만 지나길 바라고 있는 듯한 자세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영역인 종교에 대한 불신감도 작지 않다. 일부이긴 하지만 성직자들의 일탈과 지나친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배척을 당하기도 한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3’ 보고는 우리사회의 불신상태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먼저 2011년 기준 한국정치 1번지인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31%에 불과했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공약을 내놓고 국민을 하늘 같이 떠받들겠다며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망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신뢰도는 참 민망스러운 수준이다.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도 역시 실망스럽다. 국민들은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중앙정부를 56.1%밖에 신뢰하지 않았다. 43.9%는 믿지 못하는 것이다.
전기한 것처럼 일부 종교인들의 일탈 등으로 인해, 종교 신뢰도는 60.5%였다. 우선 신성하다고 여겨져 온 종교 자체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신뢰도 조사 대상이 된 사실이 안타깝다. 그리고 종교인들은 예상 밖으로 낮은 신뢰도가 당황스러울 것이다. 왜냐하면 국회와 중앙정부보다 높기는 하지만 교육계(70.9%)와 대기업(69.0%)보다 신뢰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흥미 있는 결과이긴 하지만 사업 확대와 이익창출에 전력투구하는 대기업보다 낮은 신뢰도를 보인 종교계의 앞날이 걱정이다. 왜냐하면 종교의 생명은 믿음, 즉 신뢰이기 때문이다.
또 ‘당신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 하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이들은 겨우 22.3%였다. 이는 5명 중 1명만 타인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OECD 22개국(국가 평균 32.0%) 중 14위다. 참고로 대인신뢰도 1위인 노르웨이는 60%였다. 부러워하고 남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정치나 정부, 종교에 앞서 국민 스스로가 법과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대신 정치인이나 정부가 말을 바꿀 때 정당이나 지역을 떠나 투표로 심판하자. 불신이 신뢰로 바뀌는 2014년 새해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