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입찰 담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것도 1군 대형 건설사들이 벌이는 짓이다. 솜방망이 처벌 때문인지 담합은 치유하기 어려운 고질병이 된 채 수십년 이상 관행으로 지속되고 있다. 소문으로만 들리던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 입찰에서 담합 사실이 적발됐다. 입찰에 참여한 21개 건설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천3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무려 10억에서 140억원까지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에 가담한 대우와 현대, SK, GS건설 등 21개 건설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과징금 부과와 함께 공사를 낙찰 받은 15개 건설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이 최근 4대강 담합 11개사 임원 22명을 기소한 직후여서 수사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일부 건설사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까지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눠 먹기식으로 낙찰 받은 것도 모자라 대기업들이 부도덕한 행위마저 서슴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그동안 인천시의회의 꾸준한 의혹제기가 있어 왔던 터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들은 예외 없이 1군 대형사들로 모럴해저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5개 대형 건설사는 각자 1개 공구씩 입찰하면서 서로 한곳씩 다른 대형 건설사의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출혈경쟁을 피했다. 들러리 업체들은 일명 ‘들러리 설계’ 또는 ‘B설계’로 불리는 낮은 품질의 설계서를 제출해 상대편의 낙찰을 도왔다. 이를 바라보는 중견 및 소형업체들의 마음은 어떨까. 혀를 찰 노릇이다.
이렇게 해서 90%에 근접할 정도로 높인 낙찰률은 고스란히 예산의 피해로 다가온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일반 가격경쟁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장의 평균 낙찰률은 64%다. 이는 업계도 스스로 인정하는 수치다. 일부 최저가 낙찰방식도 있겠지만 평균 낙찰률이 90%에 육박한다는 틀림없는 담합이었다.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시공사들은 90%의 높은 낙찰률로 공사를 따내고도 하청업체에 준 하도급액 비율은 57.04%에 불과하다. 총 낙찰금액 1조2천200억원 중 6천986억원(57.04%)을 하청업체에 공사비로 주고 나머지 5천262억원(42.96%)은 자신들의 몫으로 챙긴 대형건설사들이다. 과징금은 물론이지만 국고를 축낸 금액까지 모두 환수해야 한다. 아울러 입찰참가자격을 장기간 제한함으로써 입찰 담합을 근절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