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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인간, 채현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힘든 세상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가 왜 이 지경까지 왔나, 한숨 깊은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2014년 새해가 밝았다고, 청마(靑馬)의 힘으로 더 열심히 뛰는 한 해가 되자고 언론에서 아무리 독려해도 도무지 흥(興)이 나지 않는다.

비단, 나만 그럴까. 중소기업인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술청을 찾아 객(客)들과 토론을 펼쳐 봐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돌이켜보면 이런 무미건조한 생의 연속이 비단 한두해 전의 일만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무기력이 우리 사회의 뿌리부터 적시고 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왜일까. 그래, 어느 순간 우리 사회의 정신적 어른이 사라졌고, 무력감은 거기에 기인했다. 어느 시대나 정권을 향한 정치적 투쟁은 있었고 각자의 진영(陣營) 논리는 있었다. 하지만 나 같은 촌부(村夫)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정신적 스승들의 문자거나 불립문자(不立文字)였다. 놀랍게도 한순간 그들이 사라진 것이다. 무력(無力)의 뿌리가 거기에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를 만났다. 채현국 선생. 삶 자체가 삶이었다. 세치 혀가 난무하는 시절, 몸으로 삶을 밀어오신 어른을 만난 것이다.

아둔한 우리들이 그에 대해 캐낼 수 있었던 건 고작 이 정도다.

경남 양산에서 개운중, 효암고를 운영하는 학원 이사장이지만 작업복 차림으로 학교 정원 일을 하고 있어 학생들도 그가 누군지 모른다. 출생연도 미상. 서울대 철학과 졸. 부친인 채기엽 선생과 함께 강원도 삼척시 도계에서 흥국탄광을 운영하며 한때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었던 사람. ‘창작과 비평’의 뒤를 봐준 후원자. 셋방살이하는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사준 사람. 유신 시절 수배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여러 민주화운동 단체에 자금을 댄 익명의 운동가.

그가 던진 화두가 비수로 가슴에 꽂혔다.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예외는 없다. 돈이나 권력은 마술 같아서,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기가 휘두르기 시작하면 썩는다. 아비들이 처음부터 썩은 놈은 아니었어, 그놈도 예전엔 아들이었는데 아비 되고 난 다음에 썩는다고….”

그래, 썩지 말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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