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怪談) 때문에 세계적으로 홍역을 치른 것은 아마 1999년일 것이다. 새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2000년부터 컴퓨터가 인식을 못해 대재앙이 올 수 있다는 ‘Y2K’ 오류 공포가 그 진원지였다. 세계 각국이 모두 초긴장하며 해를 넘겼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40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자금만 허비하게 만든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처럼 괴담은 어느 한쪽에 정보가 지나치게 편중된 상황에서 정보 독점이 심할 때 가장 많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괴담이 국민용어가 된 것은 2008년 광우병 괴담부터다. 당시 유언비어나 풍문, 루머 등의 유사어를 모두 압도했다. 그 후 천안함 괴담, 선거부정 괴담, 방사능 괴담, 민영화 괴담 등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난무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SNS상에 대통령선거 개표부정 괴담이 난무하더니 연말에는 철도와 의료 ‘민영화’를 둘러싼 괴담들이 판을 쳤다. KTX가 민영화되면 서울∼부산 간 요금이 40만원대가 된다느니, 의료 민영화되면 ‘맹장수술비 1천500만원, 진료비 10배 폭등’이라는 식이다. 여름에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누출의 여파로 방사능 괴담이 맹위를 떨치면서 수산물 소비를 위축시키기도 했다. 또 ‘백화점에서 한꺼번에 100만원 이상 신용카드를 긁으면 세무조사 당한다’는 괴담은 강남 부유층의 지갑을 닫게 만들었고, 5만원권과 금고 수요를 크게 늘렸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괴담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의료 민영화 문제가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요즘은 더욱 심하다.
우리 사회에 괴담이 성행하는 것은 거짓을 선별하는 기능을 상실한 탓이며 갈등사회의 비극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은 더 많은 루머와 괴담을 양산해 내며 혼란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괴담이 무서운 것은 단순히 그것이 초래할 혼란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두려운 것은 진실보다 가공을 더 믿게 하는 불신과 현실에서 존재하는 희망의 상실이다. 이런 사회는 건강할 리가 없다. 사회뿐만이 아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거짓은 그 자체가 죄일 뿐 아니라 영혼까지도 더럽힌다’는 말이 있다. 괴담을 유포시키는 자들의 더럽혀진 영혼을 구원하는 방법은 없을까.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