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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음지와 양지

 

20년 전 1월22일, 국회와 한신대에서는 각기 다른 삶을 산 두 명의 중학교 동창생 영결식이 있었다. 한 사람은 사회장으로, 또 한 사람은 겨레장으로. 그리고 국립묘지와 마석 모란공원에 각각 안장됐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정일권 전 국회의장과 문익환 목사다. 사실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 양지와 음지를 대변한다고도 한다. 또 각자가 활동했던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커 두 쪽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인물들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두 사람은 간도 용정의 광명중학교 동창생이다. 하지만 졸업 후 그들의 인생 여정은 매우 달랐다. 정 전 의장은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우리 국군의 창군을 주도했다. 이후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고 군복을 벗은 후에도 외무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을 역임했다. 때문에 호사가들은 “대통령만 빼고는 모든 자리를 거쳤다”며 그를 관운이 좋은 양지 속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반면 문 목사는 졸업 후 평양고보와 광명고보를 거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학도병 징집에 반발해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한 뒤 목회자의 길을 걷다가 1975년부터 음지나 다름없는 재야에서 대부분의 인생을 보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재야운동의 최전선에 나서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8년간의 옥고를 치른 것을 비롯 많은 시련을 겪었다. 또 말년에는 통일운동에도 앞장섰는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하루 차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정 전 의장은 1994년 1월17일 하와이에서, 문 목사는 1월18일 서울 자택에서 각각 영면했다. 시차를 감안하면 같은 날이다. 따라서 장례식은 1월22일 함께 따로 치러졌다.

엊그제 정 전 의장과 문 목사의 20주기 추모식 행사가 한날한시에 있었다. 장소도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과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으로 각각 달랐다. 꿈 많은 중학시절을 함께하면서 호연지기를 키운 두 사람. 그러나 너무나 달랐던 인생의 여정. 누구도 예감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과연 누구의 인생이 옳았고, 누가 양지고 음지였던가는 역사만이 알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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