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영세 골목상권을 죽이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한 동네 빵집들의 반감이 고조되면서 정부의 대기업 빵집 규제가 시행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에 따라 매장 간 거리 제한을 두다 보니 출점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동네빵집들의 반응은 별로다. 프랜차이즈 빵집규제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약간 기대를 했는데, 결과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빵집들 역시 정부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이후 출점이 전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틈새를 외국계 기업들이 파고 들어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유럽 최대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 ‘브리오슈 도레’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에 국내 1호점을 열면서 국내 제빵업계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글로벌 외국 빵집 브랜드가 동네 골목으로 들어와 영세빵집들을 고사시켜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대기업 규제를 위한 ‘중기적합업종제’ ‘SW산업진흥법’ 등 중소기업보호법을 수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들 법안의 당초 취지는 대기업 계열사의 공공시장 참여를 제한해 중견 및 중소 IT서비스 업체를 키우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중소업체들이 외국 공룡기업과 경쟁하는 양상이 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 규정 때문에 외국기업 규제는 현실적으로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런 정부의 법안들을 ‘외국기업 반사이익법’이라고 비꼰다. 외국기업만 반사이익을 누리는 상황은 경기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와 일선 지자체들의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가 지역 상권을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수년 전부터 외국기업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또 이를 성과랍시고 자랑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서 운영 중인 외국기업은 무려 3천300여개에 달하고 있다. 지금도 외국기업 유치전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도가 외국기업의 전시장으로 전락한 채 오히려 지역 상인들만 고사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본보 19일자 1면) 실제로 생활용품업체인 다이소사나 세계적 가구유통기업 이케아가 진출하면서 경기도 전통시장 상권이 붕괴되고, 지역 가구업계의 존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다국적 공룡업체들의 교두보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득실을 판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