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설날에 떡국을 먹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조선 후기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 등 문헌에 따르면 정조차례와 세찬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적어도 조선시대부터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흰 떡국을 먹는 의미에 대해선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며 무병장수와 풍요를 기원하는 데 있다고 한다.
이런 떡국을 끓이는 육수의 종류는 따로 정해진 게 없다. 시대와 계층,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시대부터 ‘맑은 장국’을 쓰는 게 기본이라는 점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맑은 장국은 ‘육수를 맑게 우려내 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을 의미한다. 그 재료로는 조선왕조 이전부터 고급으로 쳤던 꿩고기를 최상으로 여겨졌다. 옛날 사람들은 꿩을 ‘하늘닭’이라 해서 상서로운 새로 여겼기 때문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도 정조 때 혜경궁 홍씨에게 올린 떡국의 육수가 꿩고기를 끓여낸 것이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그러나 꿩은 야생동물로 잡기가 힘들고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닭고기로 국물을 내기도 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요즘은 지방에 따라 등심, 도가니 사골, 멸치, 굴, 미역 등 장국재료가 매우 다양화 돼 있다.
떡국은 나이를 더 먹는 떡이라 하여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했고, 가래떡을 타원형으로 썰어 장국에 끓인다고 해서 ‘병탕(餠湯)’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타원형 떡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흰떡을 대나무 칼로 잘라 동글동글하게 다듬어서 조롱박같이 만든 ‘조랭이’ 떡국도 있다. 이 떡국은 조선왕조가 들어선 뒤 박해를 받은 개성 사람들이 이성계에 대한 원한을 잊지 못해 그의 목을 연상하며 떡을 썰고, 그 끝을 비비 틀어서 경단 모양으로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됐다.
또한 어린 아이들에게 액막이로 차게 했던 ‘조롱’과 길운을 상징하는 누에고치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선조들이 가래떡을 동그란 모양으로 썰었던 것은 옛날 화폐인 엽전처럼 생긴 떡국을 먹으며 새해엔 더욱 풍족해지길 바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올 설에도 이런 기원과 함께 온 가족들과 의미 있는 세찬(歲饌)을 즐기는 모두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