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테오필 폰 한젠의 걸작으로 매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가 진행되는 무직페어라인 1천800석은 이날 한국에서 온 수원시향의 연주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현지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번 빈 공연은 연주자(수원시향과 협연자), 무대, 관객 등 3요소가 절묘하게 조합되며, 성공적인 연주회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히 보여줬다.
만석(滿席)시 잔향 시간 2초를 자랑하는 대극장 ‘황금홀’은 어떠한 음향장치 없이도 소리의 울림이 자연스럽게 모아지고 확산돼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이 콘서트홀의 메카로 꼽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객석이 어두운 국내 공연장과 달리 화려하고 눈부신 샹들리에와 32개의 여신상, 아우구스트 아이젠멩어가 그린 천장 벽화 ‘아폴로와 뮤즈신들’ 등 내부장식은 공연의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수원시향은 1부에서 유럽에서 울려펴지는 아리랑의 선율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귀를 사로잡은 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의 협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손열음은 물이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지면서도 스타카토(staccato)와 악센트(accent) 부분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등 마치 피아노 위의 ‘붉은 거미’를 연상시키는 연주를 보여줬다.
인터미션 후 이어진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6개의 교향곡 중 제5번과 함께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교향곡 4번을 연주, 차이콥스키가 폰 메크 부인에게 하듯 수원시향이 유럽 관객들에게 실력을 유감없이 헌정했다.
흐트러짐 없이 공연에 몰입했던 현지 관객들은 수원시향의 연주실력에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으며, 수원시향은 계속된 커튼콜의 감사 인사로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요한스트라우스의 ‘피치카토 폴카’ 등 2곡의 앙코르 연주를 이어갔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단원들의 시차적응 등 리허설 때 힘든 부분이 있어 걱정이 됐지만, 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