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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방적 살처분’만이 해법인가?

지난달 16일 전북 고창의 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9일 현재 닭과 오리 309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2006년에서 2007년 AI가 발생한 때와 비슷한 수치다.

살처분은 가축의 법정전염병 중 특히 심한 전염성 질병의 만연방지를 위해 실시하는 예방법으로 감염동물, 접촉한 동물, 동일 축사의 동물 등을 죽여서 ‘처분’하는 것이다.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AI 발생 농가 인근의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를 땅에 묻는 잔인한 방법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유일한 해법인가라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살아있는 상태의 가축들이 구덩이로 내몰려 생매장되는 장면을 본 우리나라 국민치고 가슴이 떨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 생명들이 불쌍해서 눈물짓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잔인한 존재구나’라는 자괴감도 들었을 것이다. 원래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린 AI 긴급행동지침에는 ‘이산화탄소를 유입해 가축들이 죽은 것을 확인한 뒤 매몰한다’고 되어 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도 마찬가지다. 이는 살처분 과정에서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 조항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인력과 장비 부족이 이유다. 그런데 살처분에 직접 가담하는 공무원들의 심정은 어떨까? 이들은 심각한 수준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2011년 소방방재청의 살처분 참여자 대상 힐링캠프 참가자들은 가축만 봐도 살처분 현장이 떠오르고 불안감과 불면증, 대인 기피 등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증상이 오래가면 자괴, 우울 증상에 이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우려한다.

이와 함께 예방적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도 큰 부담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AI 살처분 보상금이 300억~3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 시점에서 무조건 살처분만이 능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싶다.

유럽연합의 경우 AI 발생 농가의 가금류만을 살처분 대상으로 하고, 인근 지역의 가금류는 이동을 제한하거나 금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AI 발생농가에서 3km 안에 있는 가금류의 경우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살처분할 수 있도록 돼있다.

“진천군에는 아직 닭은 물론 병아리 한 마리 감염 의심 사례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매몰은 너무 앞서가는 듯하다.” 닭 살처분을 반대하며 버텨왔던 유영훈 진천군수의 하소연을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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